여야는 7일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국내담당 차장의 진술로 DJ(김대중) 정부시절 국정원의 불법도청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진전됨에 따라 수사 진척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는 일단 DJ 정부시절 국정원 핵심간부의 도청사실 시인에 따라 철저한 사실관계 규명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면서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놓고는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대립의 날을 세워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DJ정부가 정권차원에서 불법도청을 자행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DJ정부때 정권 차원의 도청이 없었다"고 발언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선 반면 열린우리당은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 속에서 "검찰수사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역공을 취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현 정권을 겨냥했다. ◇ 열린우리당 = 검찰 수사의 초점이 DJ 정부시절 국정원의 조직적 불법도청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는데 대해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일단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보자"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 같은 신중론의 배경에는 `호남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DJ정부는 물론 현정부 시절에도 조직적 도ㆍ감청이 자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파상공세를 펴고 있는데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공세는 그만두고 집권당시의 잘못부터 반성하라"며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 방일중인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일단 검찰조사에 맡겨야 한다"며 "나는 국민의 정부 시절 조직적 도청이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하고 "어떻게 (국정원내에서) 불법도청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하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와중에서 정치권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는게 순서"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한나라당이 DJ 정부시절은 물론 현 정부에서도 불법도청이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의 잘못부터 반성하라"고 반박했다. 오영식(吳泳食)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우리당은 DJ정부 시절 도ㆍ감청이 조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며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검찰수사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고 수사를 차분히 지켜본 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일은 책임지도록 하는게 옳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당 일각에서는 DJ정부 시절 불법도청이 국정원내의 일부 실무선에서 자행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정권 차원의 문제와는 분리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실무차원에서 불법도청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정권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도청한 사실은 없었다고 확신한다"며 "철저히 진상을 밝혀서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성(崔圭成) 의원은 "대통령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 밑에서 일의 편의를 위해 한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며 "사실이 밝혀진다면 (당시)국정원장이 책임지도록 하는게 맞다"고 주장했고, 김현미(金賢美) 의원은 "국정원 실무자들이 관성에 의해 도청했는지는 몰라도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 검찰 수사를 통해 DJ정부 시절 정권 차원의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또 노 대통령이 DJ 시절 정권차원의 도청이 없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정식 사과를 촉구하고, 현 정권에서의 도청 가능성도 제기했다.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전직 차장이 체포돼 DJ정권 시절에도 광범위한 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을 검찰이 밝혀내고 있다"며 "전직 국정원장들의 당시 보고가 청와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노 대통령은 이전에 DJ 정권 때는 기관 차원의 도청이 없었다고 확언했다"며 "지역감정에 영합하기 위해, 수사도 시작하기 전에 가이드 라인을 정한 것은 수사업무를 방해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대통령은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형규(孟亨奎)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느 시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민권을 유린하고 국가.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도청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이 있어야 하며, 국회 정보위에서도 이 문제는 철저하게 추궁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李貞鉉)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노무현 정권을 창출한 국민의 정부에서 불법도청이 정권차원에서 이뤄졌음이 밝혀졌다"면서 "2000년 이후 우리는 도청에 의해 유지된 정권, 도청에 의해 창출된 정권에 살고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현 정권에서도 도청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특검을 통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민노.민주 =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정권 차원의 도청이 있었다고는 믿지 않는다"며 "미림팀의 도청은 명백한 도청의 결과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왜 국민의 정부 쪽에 집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검찰 수사의 정치적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 대변인은 이어 "문민의 정부든 국민의 정부든, 참여정부든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검찰이 조사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국민의 정부) 정권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도청을 했다고는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은 "도청에 대한 수사를 확실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X-파일이 공개된 지 몇달이 지났는데도 그 내용에 대한 수사의 진척이 거의 없고, 도청 수사 역시 정치공방으로만 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국회에서 조속히 특별법과 특검법을 통과시켜, X-파일 내용을 포함한 도청 의혹의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김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