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가을 사나이로 다시 태어났다' 문동환(33.한화)이 눈부신 완투 피칭으로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거두며 팀에 더할 나위 없이 값진 승리를 선사했다. 문동환은 1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2005 프로야구 SK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5안타, 1볼넷 1실점으로 막고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97년 데뷔한 이래 무려 9년 만에 맛보는 감격의 포스트시즌 첫 승. 문동환은 롯데 시절인 지난 99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시즌에서 5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2패 만을 안고 있었다. 이날 승리로 당시의 부진을 깨끗이 떨치고 '가을 사나이'로서의 새 출발을 하게 된 셈. 한화 역시 문동환의 호투에 힘입어 적진에서 첫 승을 먼저 따내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게다가 상대에 비해 약한 불펜진을 전혀 손대지 않고 승리를 따내 다음 경기를 위한 힘도 충분히 비축해 더욱 의미가 컸다. 문동환이 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김인식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을 얻고 있는 지를 확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문동환은 이날 최고 147㎞의 직구에 올시즌부터 주무기로 장착한 체인지업을 내세워 간단치 않은 SK 타선을 압도했다. 정규시즌 SK 경기에서는 불리한 볼카운트 때 직구 위주로 승부했지만 이날은 반대로 체인지업으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 6회 선두타자 박재홍의 강습 타구에 종아리를 맞고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마운드가 흔들리면 야수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아픈 내색도 하지 않고 구급 요원마저 손짓으로 물리칠 정도로 정신력도 대단했다. 8회 선두로 나온 대타 김기태에게 바가지성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의 연속 땅볼로 첫 실점을 한 문동환은 9회 무사 1루에서 이호준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마지막 위기를 넘긴 뒤 정경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4승15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최다패 투수의 불명예를 쓴 문동환은 올시즌 부상에서 완전히 해방된 데다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까지 위력을 발휘하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특히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엔 안정적인 피칭을 거듭하며 고만고만한 투수들이 꾸려간다는 평가를 받던 한화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김인식 감독은 올시즌 SK 상대로 5경기에 나서 승리 없이 3패만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방어율은 3.06으로 비교적 좋았던 문동환을 주저없이 1차전 선발로 낙점했고, 문동환은 멋지게 기대에 부응했다. 문동환은 경기 후 "팀이 이겨서 너무나 기쁘다. 뭐라 말을 못하겠다"고 감격에 겨워하며 "이번 경기로 99년 포스트시즌의 악몽같았던 기억도 지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시즌 막바지에 감독님의 배려로 쉬면서 체력을 비축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타자와 야수들이 도와준데다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쉽게 속아줘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문동환은 이어 "만약 4차전에 선발로 나온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