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는 정직한 직업입니다.학벌도 '빽'도 필요없어요. 맨 땅에 헤딩할 수 있는 오기와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습니다."


YBM시사가 운영하는 이포유 어학원의 대표강사인 유수연씨(34)는 토익과 비즈니스 영어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강사다.


온오프라인 강의를 합쳐 그녀가 벌어들이는 돈이 1년에 6억원.사실상의 1인기업이다.


더 놀라운 것은 유씨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유씨가 유학을 마치고 영어강사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1년.4년여 만에 현재의 위치에 오른 셈이다.


너무 빠른 성공이 아니냐는 질문에 유씨는 "일반기업에 취직했으면 가까스로 대리 직급일텐데 밑지는 장사는 안한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학원가의 신데렐라인 유씨도 처음부터 '갖춰진 그릇'은 아니었다.


학벌이 좋은 것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강남대 경영학과 4학년때 유학을 생각했는데 쓸만한 대학들 중 받아들이겠다는 곳이 없었어요. 자존심도 상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 물었어요. 가족들에게는 받아주는 대학이 있어 유학을 가게 됐다고 거짓말을 하고 어학연수원부터 시작했습니다."


해외 호텔에 근무하다 고향이 그리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2001년.유씨는 틈틈이 아르바이트 차원에서 했던 영어강사를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서울 소재의 외국어교육기관인 이익훈 어학원이 그녀의 새 직장이었다.


어떤 분야를 가르쳐야 경쟁력이 있을까를 고민하던 유씨는 대부분의 강사들이 등한시하는 비즈니스 영어를 택했다.


'험해 보였던 길이 알고 보니 지름길'이란 것을 깨달은 것은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영어가 아닌 영어를 활용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했어요. 영어로 된 비즈니스 레터를 쓸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비즈니스적인 입장에서 가르쳤지요. 강의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나자 제 강의를 듣겠다고 기다리는 '웨이팅 리스트'가 생겼는데 '블루오션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즈니스 영어강좌의 성공 이후 유씨 앞에는 출세가도가 열렸다.


강의시작 6개월 만에 유씨가 단독으로 운영하는 클래스가 생겼고 1년 후에는 토익 리스닝 부문의 대표강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받게 됐다.


유씨는 이 때 그녀가 사비를 털어 만든 강의 연구소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설명한다.


다른 강사들보다 내실 있는 자료를 배포할 수 있었던 것이 다 연구소 때문이라는 것.


"혼자서 교재를 연구하고 강의법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해 사비를 털어 연구기관을 만들었어요. 팀원 대부분이 강사를 꿈꾸는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었는데 이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습니다. 월급의 대부분이 연구소 운영비에 들어갔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계속 인원을 늘렸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것이 과감한 R&D 투자 때문이잖아요. 저도 같은 생각을 한 겁니다."


유씨는 학원 강사를 '학자'인 동시에 '연극배우'라고 생각한다.


많이 아는 것은 기본.여기에 열정이 덧붙여져야 명강의가 완성된다고 믿는다.


"수강생들은 냉정합니다. 정성을 조금만 덜 들이면 얼굴 표정이 바로 바뀝니다. 익숙해질 만도 했는데 강의때마다 가슴이 떨리는 것은 이 같은 이치를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