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의 대표적 잣대인 소비자판매 증가율이 8월 중 3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둔화되는 등 경기 신호가 엇갈리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은 하반기 들어 본궤도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경기회복세가 기대에 못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8월 지표에서 경기회복세가 확인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예고했던 내달 중 콜금리 인상이 여의치 않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하듯 지표금리인 국고채 3년물은 전날 0.13%포인트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0.03%포인트 더 떨어졌다. ◆경기 발목잡은 자동차 파업 지난 8월 말 시작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파업이 거시지표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산업생산에서 9.2%를 차지하는 자동차업종은 지난 8월 중 전년 동월 대비 0.1% 감소했다. 자동차업종은 올 들어 꾸준히 두 자릿수 증가세를 지속했고 지난 7월엔 증가율이 20.8%까지 높아졌었다. 평상시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뒷걸음질 친 것이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자동차 파업으로 산업생산 증가율이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면서 제조업체의 평균 공장가동률도 78.2%로 전달(80.5%)에 비해 2.3%포인트 하락했다. 자동차 파업일수가 8월보다 9월에 더 길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 달 말에 발표되는 9월 산업활동동향에도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25∼9월8일,기아자동차는 8월29일∼9월15일까지 파업을 했다. ◆미심쩍은 내수 회복세 지표상으로는 내수 회복세가 뚜렷하다. 대표적 내수지표인 소비재 판매는 1년 전에 비해 6.0% 늘어 3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세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른다. 비교대상인 1년 전 8월의 소비자판매 증가율이 - 2.7%로 작년 한해 중 감소폭이 가장 컸기 때문이다. '기저효과(base-effect)'로 인해 상대적으로 올 8월의 증가율이 확대됐다는 얘기다. 추석이 지난해에는 9월 말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9월 중순이어서 8월 소비에 추석효과가 선(先) 반영된 측면도 크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가 전체적으로 회복되곤 있지만 '31개월 만의 최고치'라고 치켜세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설비투자는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8·31부동산대책이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9월부터는 건설투자도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당분간 투자가 경기를 뒷받침하긴 힘들 전망이다. ◆내달 콜금리 올라갈까 8월 지표들이 이처럼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향후 한은의 콜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8월 일부 지표들이 7월보다 다소 악화되긴 했지만 경기회복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콜금리 인상을 미룰 만큼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채권시장 관계자들도 요인이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콜금리 인상시기를 미룰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탄력은 다소 약화됐지만 박 총재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으로 시장금리가 이미 한 차례 콜금리 인상을 반영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게 올랐다"며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에 콜금리를 동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준 삼성투신 선임연구원도 "10월 콜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시장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진 것은 10월이 아니라 11월 이후 콜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약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