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민원서류 위ㆍ변조 파문(波紋)이 갈수록 확대돼 가는 양상이다. 행자부 대법원 국세청이 잇달아 인터넷 민원서류 발급을 중단시킨 데 이어 한국토익(TOEIC)위원회는 성적표의 인터넷 발급을 정지시켰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민원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음은 물론이다.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구축한다며 큰소리를 쳐왔던 정부의 인터넷 민원 처리 시스템 수준이 겨우 이 정도였는지 정말 어이가 없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엊그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현재의 민원처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10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들리는 얘기들은 솔직히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민원서류 위ㆍ변조 사범의 경우 일반서류 위ㆍ변조 사범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데 이게 과연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접근은 이번 사태를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또 인터넷 민원서류의 원본대조 가능을 강화하고,인터넷 민원서류 위ㆍ변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遮斷)하기 위해 불필요한 서류 발급을 줄일 수 있는 '행정정보 공유시스템'을 2007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그동안은 인터넷 민원서류의 원본대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조차 무시돼 왔으며, 명색이 전자정부라고 하면서도 민원서류 요구는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것은 결코 제대로 된 전자정부가 아니다. 한마디로 전자정부라고 하면 당연히 갖춰져야 할 조건들이 꼭 사건이 불거지고 나서야 거론되는 현실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 정부가 2007년까지 행정정보 공유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전자정부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각종 공공부문 프로젝트들이 여전히 저가발주에 덤핑수주라는 악순환(惡循環)에 빠져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지금처럼 출혈경쟁이 판치는 한 그 어떤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예산 절약을 말할지 모르지만 한번 부실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결과적으로 더 큰 예산 낭비를 초래하기 일쑤다. 이런 문제들부터 근원적으로 고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