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주가를 높이고 있는 황정민이 '너는 내 운명'의 시골 노총각에 이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우직한 형사까지 잇따라 '순진남'을 연기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23일 개봉해 벌써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너는 내 운명'에서 황정민이 연기하는 석중은 사랑 한 번 못해본 숙맥 노총각. 필리핀까지 가서 신붓감을 고르기도 하지만 사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앞에 순정 다방의 은하(전도연)가 나타나고 첫사랑이 시작된다. 다방에 차배달을 시켜놓고도 스스로 '서빙'을 하거나 '언니랑 자고 싶지'라는 은하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은 순진함의 극치.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던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에이즈에 걸린 뒤에도 자신의 사랑을 변함없이 지켜나간다. 한편 다음달 7일 개봉에 앞서 최근 기자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내 생애…'에서의 모습은 한층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황정민이 맡은 나형사는 석중과 비슷한 또래의 노총각으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지만 역시 사랑에는 어색한 순진남이다. 사랑의 대상은 TV 토론회에서 자신을 무참히 박살낸 여의사 유정(엄정화). 사랑에 서투른 나형사는 섹시하고 도도한 이혼녀인 유정과 귀여운 사랑을 그려나간다. "여자가 내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노총각 다운 고민. 사춘기 시절 교회 누나랑 함께 본 '람보' 이후 여자와는 극장 데이트도 못해봤고 키스와 '뽀뽀'도 구분을 하지 못할 정도로 정도가 심한 순진함을 보인다. '너는 내 운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순진남의 매력은 역시 '우직함'에 있다. 유정의 앞에 생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나형사는 말 그대로 온 몸을 내던진다. 앞서 두 편의 영화가 순진함과 순정을 갖춘 인물인데 반해 황정민은 다음달 초 촬영을 시작하는 '사생결단'에서는 마약계 형사역으로 거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1998년 부산의 뒷골목을 배경으로하는 액션물인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동료를 잃은 자책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마약계의 만년 경장역을 맡아 뒷골목 '양아치' 역을 연기하는 류승범과 호흡을 맞춰 진한 남자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