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1200포인트를 넘어 무한질주하고 있다. 해석은 구구하다. '선진경제로 발돋움하는 증거'라는 낙관론이 있는가 하면,'갈 곳 잃은 돈의 힘에 의존한 거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도 아전인수식 공방이다. 여권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여의도를 보면 경제위기론은 악의에 찬 허구'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파탄 상태인 서민경제를 직시하라'며 애써 무시하는 인상이다. 이 같은 행태를 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싸늘하다. 활황 증시의 논공행상을 굳이 따지자면 정부와 정치권보다는 세계를 무대로 싸워온 기업들이 주역이기 때문이다. '주인'(기업)은 가만히 있는데 '객'(정치권과 정부)들만 야단법석인 모양이랄까. 실제 경제 3대 주체 중 정부와 가계는 늘어나는 빚과 함께 경쟁력을 잃고 있는 반면,기업은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이익을 내고 있다. 기업의 견조한 이익이 정치권이 연일 '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와중에서도 증시가 꿋꿋하게 상승하는 유일한 버팀목인 것이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도 지금은 자축보다는 자성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증시 분석가는 "현재의 주가상승은 과거 투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투자가 활발했던 결과 성장잠재력이 확충되고 그 것이 과실로 돌아오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들어 쌓이는 현금으로 새 투자처를 찾는 대신 자사주를 사들이며 주가관리에 치중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4%대 이하로 추락한 잠재성장률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시와 실물 경제간 괴리현상도 지적된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주가만 올라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미답의 길을 걷는 한국증시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된 시장중 하나'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지수 2000,3000의 신천지를 향한 장기 레이스에는 새로운 자양분 공급이 필수적이다. 다행히 세계경제는 나쁘지 않고 글로벌 유동성도 풍부해 추가상승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눈앞의 주가에 취해 기업경쟁력을 좀 더 높이지 못한다면 '고점 후 반토막'의 악몽은 되풀이될 수도 있다. 백광엽 증권부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