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우그룹 이사진이 재산 국외도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이유가 됐던 BFC(British Finance Center) 송금이 민사상으로는 불법 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27일 정리금융공사가 대우그룹이 제일은행에 지급하지 않은 자동차 수출선적서류 매입대금과 대우 해외법인의 대출금 중 100억원을 배상하라며 김우중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이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지만 BFC에 송금한 돈이 당초 제일은행에 돌려줬어야 할 돈이었다고 특정할 순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 전 회장 등이 BFC에 입금된 돈을 사적으로 썼다는 증거가 없어 이사로서의 임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대우 해외법인이 대우의 분식된 재무제표를 근거로 대출받은 것도 사기대출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제일은행도 대출을 하기 전 대우그룹의 재무상태에 관한 심사를 거쳤으므로 대우가 제시한 재무제표가 대출이 이뤄진 결정적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1996∼1999년 대우가 해외법인에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발행한 수출환어음을 매입해 대우그룹에 8900만달러와 5070만마르크를 지급했으나 이 중 8900만달러와 4800만마르크를 돌려받지 못했다. 또 1998~1999년 대우 해외법인들에 빌려 준 돈 중 1억4200만달러도 못 받았다. 이에 제일은행의 채권을 넘겨받은 정리금융공사는 "대우가 제일은행에 갚아야 할 돈을 모두 BFC로 빼돌렸다"며 2003년 9월 소송을 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