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가 3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 여파로 물가가 크게 뜀박질하면서 '저(低)성장·고(高)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여기에 유로환율마저 하락세로 돌아서 며 원자제 수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그야말로 3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유럽헌법 부결 이후 유럽통합을 가속화시킬 정치 구심점을 상실한 데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과반확보에 실패,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경제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경기회복을 위해 독일 및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금리인하 압력을 받아오던 유럽중앙은행(ECB)은 물가상승 우려를 들어 오히려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유럽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악화되는 경제지표 독일 연방통계청은 9월 인플레이션율이 지난 8월 1.9%에서 2.5%로 급등,2001년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26일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는 30일 발표될 유로화 사용 12개국인 유로존 인플레이션율도 8월 2.2%에서 9월에는 2.5∼2.7%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4%포인트 낮은 1.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당초 2.3%에서 1.8%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의 경우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지난 24일 이들 국가가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달러·유로환율도 독일 정국의 불확실성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연중 최저치로 치닫고 있다. 유로화는 이날 국제외환시장에서 유로당 1.2071달러로 마감돼 올 최저치였던 7월4일의 1.1902달러에 근접했다. 27일에는 장중 한때 1.199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금리인상에 촉각 ECB는 2003년 6월 이후 유로존 기준금리를 연 2.0%에 고정시켜 놓고 있다. 올 들어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가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해왔지만 ECB는 이를 묵살했다. 물가상승을 우려해서다. ECB는 오히려 금리인상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에르키 리카넨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 ECB 집행위원들은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필요하다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진작을 위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ECB가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정례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