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과 기금을 합한 내년 나라살림 규모가 올해보다 6.5% 늘어난 221조4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해소에 역점을 두고 편성(編成)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특히 고용서비스 선진화나 중소기업기술 혁신개발 같은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업에 예산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분배에 치중됐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R&D(연구개발) 분야 예산이 15%로 비교적 큰 폭 늘어났지만 전체 예산 증가분(12조7000억원)의 42.5%인 5조4000억원이 복지분야에 집중됐고,그 결과 복지분야 예산(54조7000억원)이 전체 예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SOC 사업 등에 대한 재원배분은 낮을 수밖에 없고,성장잠재력 확충 등이 소홀(疏忽)해질 우려가 없지 않다. 더욱 염려스런 것은 필요한 재원 확보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세수부족이 올해 4조6000억원 정도 추정되는데다 내년에도 7조원 안팎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엊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소주세율과 LNG세율 인상의 재검토 방침을 밝힌 만큼 세수 부족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 기업은행 등 공기업 지분매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지배구조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분매각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언제나 중요하고,또 그런 차원에서 국채의 발행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채 발행이 성장이 아닌 분배쪽의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면 보다 신중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이 확충되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세입이 늘어나지 못하는 만큼 나라 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채발행이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 국가채무가 279조90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31.9%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하지만 지난 97년 60조원이던 채무가 10년도 안돼 5배 가까이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 또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내년 세출은 성장동력 확충에 좀더 역점을 두어야 하고,재정적자 규모를 최소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