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뉴올리언스 제방을 무너뜨린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는 국내총생산(GDP)이란 개념으로 계량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카트리나는 미국의 생산액을 떨어뜨렸다. 피해지역 공장이 문을 닫게 됐고 산업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전기가 끊기는 등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카트리나는 8월 중 미국의 산업생산액을 0.3%(7억1700만달러)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통계에서는 이보다 더 큰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또 지난 10일까지 이미 6만8000명이 직업을 잃었다고 신고했고 유통점들이 문을 닫아 소매판매액도 감소했다. 실업자수는 더 늘어나겠지만 카트리나 피해 복구 과정에서 새 일자리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GDP란 지표는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 태풍으로 파괴된 집이나 도로 빌딩으로 인한 피해는 GDP에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수입 감소 등으로 일부 피해액은 GDP에 반영되기도 한다. 어쨌든 경제학적으로 GDP는 새로 만들어진 상품이나 서비스,주택,기계 등을 기록하는 것이지 파괴된 것을 기록하는 지표는 아니다. 대신 재건과 관련한 부문은 GDP에 대부분 반영된다. 따라서 뉴올리언스 등 피해지역 재건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2006년 4ㆍ4분기까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카트리나는 3분기 GDP 성장률을 낮추겠지만 4분기부터는 플러스 효과를 줘 3.5~4%대의 성장률이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서는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있는데 카트리나나 고유가는 불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미국 경제는 이미 성장 모멘텀과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까지 안정 성장이 예상된다. 카트리나 이후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각종 상품 및 원자재의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미국 남동부지역 재건 사업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올 겨울에 북부 지역의 건설경기는 침체를 보이는 시기여서 공급부족 현상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경기침체를 불러오는 요인이라기 보다는 미국과 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로 보는 게 옳다.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직접적 요인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지속된 후 찾아오는 과열과 같은 경기순환적 요인이다. 그러나 적정한 금리 인상 속에 정부 지출이 확대되고 해외 국가의 고성장이 이어지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2007년이나 2008년께 고금리는 성장을 자극하지 못하겠지만 정부 재정은 GDP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감세정책 등이 필요하다. 특히 성장을 촉진하는 세제 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 카트리나 피해 복구로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세제개편이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내년까지 고성장이 이어지면 성장 중심의 세제개편안은 큰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정리=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 ◇이 글은 베어스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맬파스의 'Sailing Past Katrin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