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경기 회복조짐..소비자.기업 체감경기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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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경기가 미약하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와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엇갈리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재는 척도인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월 이후 상승세로 전환,기업부문에는 훈풍이 불기 시작한 반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심리지표(CSI)는 3분기 들어 오히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체감↓,기업 체감은↑
연초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소비자 심리지표들은 2분기 이후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05년 3분기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기 CSI는 97로 2분기(102)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CSI가 100을 넘으면 현재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며,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지난해 줄곧 기준치인 100을 밑돌던 CSI는 올 1분기와 2분기에는 100을 웃돌았지만,3분기 들어 다시 100 아래로 떨어진 것.
반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BSI는 절대수치는 CSI보다 낮지만 8월 이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한은의 8월 제조업 업황BSI는 77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9월 제조업 업황전망BSI는 85로 조사돼 상승폭이 더 커졌다.
중소제조업만을 대상으로 한 기업은행의 4분기 BSI도 전 분기보다 5포인트 높아진 103을 기록,기준치를 넘어섰다. 그간 내수경기 침체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은,'BSI가 더 정확'
이처럼 소비자와 기업들의 경기인식이 엇갈리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가계와 기업부문 간 소득양극화가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가계부문의 가처분 소득은 전년 대비 0.9%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기업부문의 가처분 소득은 무려 41.0%나 급증했는데,이 같은 추세는 올해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경기회복세를 실제로 체감하는 데 소비자들이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기업들은 매출추이 등을 통해 경기 회복세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데 반해 가계가 경기회복세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경기회복→기업투자 확대→고용 확대→가계소득 증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회복세 확대를 이유로 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한은은 소비자 체감경기 악화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CSI는 조사시점의 일시적인 경제 상황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CSI보다는 BSI가 현재 경기 상황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금리(국고채3년물 기준)도 이날 연 4.71%로 전날보다 0.08%포인트 올랐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