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야당의 총리 후보인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CDU) 당수가 22일 독일 총선 이후 처음으로 만나 연정 구성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는 실패했다. 지난 18일 실시된 총선에서 집권 연정과 보수 야당이 모두 과반수 획득에 실패함으로써 정권의 향배가 불투명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회동에서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는 누가 연정을 주도해 총리가 될지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당수는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양측이 매우 분명한 차이를 갖고 있다"고 말해 슈뢰더 총리와 심각한 이견을 보였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두 총리 후보는 첫번째 만남에서 합의에 실패했지만 연정협상을 위해 앞으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양측은 오는 28일 다시 만날 예정이다. 독일 총선 이후 각 정당들은 연정 협상을 위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총선에서 제 1당의 자리를 차지한 기민-기사당(CSU)연합은 자신들이 연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의 보수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FDP)에 녹색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녹색당은 보수 정당들과 이념 및 정책 차이를 들어 보수연정 가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녹색당과 기민당은 원자력발전소 폐쇄 문제를 비롯한 환경 분야는 물론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등 외교정책과 조세 정책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집권 사민당(SPD)은 기존의 적-녹 연정에 자민당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자민당은 당초 기민-기사당 연합과 보수 연정을 약속한 바 있으며 좌파 진영에 들어가기보다는 보수 진영에 좌파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귀도 베스터벨레 자민당 당수는 선거 이전과 이후에 한결같이 사민당과의 연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기민-기사당 연합 및 사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형태의 연정 협상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 간 대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양당 지도부는 군소 정당을 끌어들여 불안한 연정을 구성하는 것보다 안정적인 대연정을 구성하는 유리하다고 보고 슈뢰더 총리와 메르켈 당수에게 연정협상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