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번지점프도 못한다는 그가 캄보디아에 간 것은 지난 2001년.


"교회에서 선교여행을 간다고 해서 신청했는데,행선지가 캄보디아라고 하더군요.가난한 마을에 찾아가서 봉사활동 좀 하고 앙코르 와트 사원이나 한번 구경하고 오면 되는 줄 알았죠."


하지만 당시 캄보디아는 아직 곳곳에 반군 세력이 남아 있던 시절."반군지역 안에 있는 난민캠프에 들어가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방탄조끼를 입고 차를 타라는 거에요."


두려웠지만 그만 차에 올랐다.한인교회에 잔류해 '찬양선교'를 하기로 한 여학생 40여명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선듯 도전하던 신지니씨(24)가 'CEO'로 진짜 세상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4학년 학생이면서 '주식회사 노하우맨닷컴'의 대표이사다.


노하우맨닷컴(http://www.knowhowman.com/)은 지식과 비법을 가진 사람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 사이를 연결해주는 정보 사이트.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았다면 신 대표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방법'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셈이다.


이 기발한 사업아이템은 반에서 성적이 꼴찌인 중학생을 과외하던중 떠올렸다고."이 녀석이 공부는 못하는데,'스타크래프트'라는 컴퓨터 게임은 엄청 잘해요. 그래서 PC방에 가서 친구들에게 '게임 공략법'을 전수해주고 공짜로 게임을 하더라구요."


PC방에 다니느라 교습시간에 맞춰 오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다 신대표는 생각했다.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도 경제적 가치가 있는 노하우는 있다'는 것.


실제로 노하우맨닷컴을 통해 대학을 중퇴한 '인터넷 패션쇼핑몰 제작자'는 소호(SOHO)사업의 비법을 시간당 3만원을 받고 전수해 준다.


중졸의 음식점 사장님도 메뉴의 비법을 무경험자에게 '일대일 지도'해주고 돈을 벌고 있다.


회사는 일정한 정보 게재료만 받고 이들 사이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 대표의 소박한 아이디어가 열매를 맺고 있는 것.


'여대생 사장 신지니'씨는 현재 4점대의 높은 학점을 따고 있지만 애당초 취업은 생각도 안해봤다.


늦깎이 목사인 그의 부친이 사업가 출신인데다,두 살 많은 오빠도 군 제대 후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할 사업 아이템을 구상중이다.


"말하자면 벤처 집안 이죠.남들처럼 대기업이나 공사·공기업 들어갔다고 칭찬받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이런 집안 내력 덕분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신씨에게 부모님이 맨 먼저 '투자자'가 돼 줬다.


부모님이 보태준 1500만원에 발품을 팔아 투자자를 찾아 다닌 끝에 가까스로 주식회사 최소 납입자본금 5000만원을 모아 회사를 차렸다.


쌍용그룹 출신으로 모 벤처기업에서 6000만원대 연봉을 받던 곽건(37)씨를 기획실장으로 모셔왔다.


"사장님 미모에 넘어간거 아니에요.


'아이디어'에 홀딱 반한거죠.솔직히 제 부인이 더 예쁩니다."


곽씨는 부인과 아이가 있는 세 식구의 가장이다.


노하우맨닷컴에 가족의 운명을 걸었다.


조카뻘되는 신 대표에게 깍듯이 '사장님,사장님'하는 곽씨에게 "실장님이 회사의 실질적인 '몸통' 아니냐"고 추궁해봤다.


"사장님은 얼굴마담이 아닙니다.


사업 모델 구상에서부터 노하우 카테고리 분류,영업,홍보,마케팅까지 도맡아 하는 걸요.


사장님이 자리 비우면 회사는 올 스톱"이라며 손사래치는 곽 실장.


'3개월안에 망한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회사는 벌써 반년째 버티고 있다.


노하우 등록건수도 1000건을 넘어섰다.


인터뷰 내내 2030 주인공으로 신씨 개인의 이야기에 파고드는 기자에게 '회사'를 하나라도 더 PR하려고 애쓰는 그를 두고 누가 감히 "젊을 때 실패는 약이 된다"고 말할까.


그는 이미 '프로선수'로 링위에 올랐고 관중들은 챔피온감으로 꼽고 있는데.


차기현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