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소주와 액화천연가스(LNG)의 세율 인상을 놓고 이견을 표출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20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주세율을 현행 72%에서 90%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과 LNG 특별소비세를 ㎏당 40원에서 6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각각 의결했다. 이에 맞서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여러 차례 밝혔듯이 서민 부담을 증대시키는 소주세율 인상은 안 된다는 것이 여당의 입장"이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의 입장이 관철되도록 책임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수차질을 우려해 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서민들의 부담 증가와 반발을 걱정해 '불가(不可)'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는 분위기이며 여당 역시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을 '퇴짜 놓겠다'는 강경태세여서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밀어붙이는 정부 정부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세제 개편안을 승인한 가장 큰 이유는 세수 부족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용민 재경부 세제실장은 "올 들어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내린 여파로 세수부족분이 4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인 데다 내년부터는 맥주세율을 낮추기로 돼 있어 소주세율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는 상속농지에 대한 양도세 강화,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부여 등의 사안에서도 세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세제개편안을 놓고 당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당은 "정부안대로는 안될 것"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입장도 강경하다. 세수 확보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서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세제개편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소주세율 인상 대신 기업은행 주식 매각이나 국유지 매각 등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당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열린우리당은 특히 10월 재·보선과 내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소주세율 인상을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이처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소주세율 인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적 판단도 가미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수부족이 심각하다는 시위를 하는 한편 여당으로 하여금 '서민들 생각해서 인상을 막았다'는 '생색'을 낼 수 있도록 '계산된 갈등'을 벌이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동·김인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