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서방 선진국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의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됐다. IMF는 19일 로드리고 라토 총재의 지시에 따라 작성한 중장기 전략 검토 보고서에서 "IMF의 운영이 지나치게 서방국가 중심으로 편향돼 있으며 '금융시장 안정'이란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각국에 대한 간섭과 테러 대응 등 비본질적 업무에 치중해 왔다"고 자체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의 IMF 내 영향력을 높이고,보다 유연하게 조직을 운용하는 등의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이 기구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라토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낡은 '쿼터(투표권 지분) 시스템'이 IMF의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력이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와 IMF 자금 투입이 늘고 있는 아프리카 등의 쿼터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184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는 IMF의 의사결정은 회원국들의 쿼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미국이 17%의 쿼터를 보유하는 등 서방 국가들이 높은 지분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쿼터는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 특히 회원국 신규 가입 등과 같은 중요 결정은 투표권 지분의 85% 이상 찬성으로 이뤄지게 돼 있어 미국이 사실상 결정권을 갖고 있는 형편이다. 5년마다 조정되는 국가별 쿼터는 현재 한국 0.76%,중국 2.98%,일본 6.22% 등이지만 실제 경제력을 반영할 경우 한국의 쿼터는 1.84%,중국은 7.56%,일본은 8.47%로 높아져야 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라토 총재는 "IMF는 후진국 지원 업무에도 깊숙이 관여해 세계은행과의 업무 영역이 겹친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며 "앞으로는 각국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조언하고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