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녹색평론' 7ㆍ8월호에 이어 계간 '환경과 생명'(편집주간 장성익)도 '황우석 신드롬'을 비판하고 나섰다. '환경과 생명' 가을호는 '황우석과 과학기술의 신화를 넘어서'라는 제하의 특집을 통해 신화적 이미지로 겹싸인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서 신화의 껍질을 걷어내고, 신화 만들기의 메커니즘과 그 폐해를 상세히 파헤친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박병상 씨는 이번 특집의 개론 격인 '황우석 생명공학의 신화와 그 위험성'에서 황 교수를 비롯한 생명공학자들이 매진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니는 위험성과 윤리적 문제점을 짚어낸다. 그는 "전 세계가 떠들썩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우리 언론들은 윤리적 우려를 표명하는 외국 윤리학자들의 주장과 '민족주의적 집단현상'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서방 언론들의 보도에는 일제히 눈을 감는다"며 덕분에 황우석 교수는 '성역 속의 영웅'이 됐다고 꼬집었다. 우리보다 '영악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이 배아복제 영역에 투자를 삼가고 있고, 배아줄기세포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더 적극적인 국제사회의 흐름은 바로 '윤리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인다. 과학저술가 김동광 씨는 '황우석 신드롬의 사회학'이라는 글에서 '스타 과학자 만들기'를 중심으로 한 황우석 신드롬 현상을 사회적 맥락에서 해부한다. 그는 황 교수 연구에 사회적 열광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로 우리 과학자가 세계 최초의 연구를 하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민족적 자부심', "줄기 세포에 메이드 인 코리아 찍고 싶다"는 식의 '애국주의', 불치병이 곧 치유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 이런 연구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경제적 기대' 등을 들고, 여기에 서민적이고 성실한 모습으로 비춰진 황우석 교수의 개인적 이미지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태극기를 꽂고 왔다', '국내 최초', '세계 언론 주목',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후보' 등과 같은 레토릭에 열광하지만, 정작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쟁점은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는 '역설적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수식어의 동원에는 한국 사회의 '스타 과학자 만들기'라는 기제가 배면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윤리를 다루는 방식은 한 마디로 '윤리의 주변화'였다는 것이 김씨 지적의 핵심이다. 즉, 윤리를 과학연구를 가로막는 훼방꾼 혹은 반(反)과학으로 낙인찍고, 윤리학회나 시민단체를 일탈적 집단으로 간주함으로써 윤리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처방을 내렸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황 교수의 연구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근대화에 매진하느라 등한히 했던 과학과 윤리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갖게 되었음에도 이 기회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정치권, 정부, 언론 등의 오피니언리더 층에서는 한낱 '이익집단의 수준'에서 황우석 효과에 편승하기에 급급했다고 성토했다. 성공회대에서 과학기술사(史)를 강의하는 김명진 씨는 '황우석과 '나쁜' 언론'이라는 글에서 황 교수를 둘러싼 국내 언론 보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그는 우선 '좋은' 과학언론과, '나쁜' 과학언론을 구분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에 따르면 '좋은' 과학언론은 특정 쟁점에 관해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 일반인들이 제대로된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지만, '나쁜' 과학언론은 해당 쟁점에 대해 편향된 이해나 이해 불가능한 막연한 느낌만 주기 때문에 판단을 저해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언론은 '좋은' 과학언론의 범주에 들기 힘들다는 게 김씨 글의 요지다.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한국언론들은 외신 기사에 대한 선별적 인용을 통해 해당 연구의 장단점을 충분히 따져보지도 않고 "혁명", "획기적 성과", "신천지" 등의 용어를 통해 곧장 '열광 모드'로 돌입했다는 것이다. 특히 서구 과학계가 황 교수의 발표에 열광한 이면에는, 배아 파괴에 얽힌 윤리적 우려로 인해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그들이 황교수의 연구 성과를 윤리적 난국의 타개를 위해 '정치적 지렛대'로 이용할 가능성이 깔려있음에도 한국 언론은 이같은 측면을 외면했다고 지적한다. 또 그는 지난 5월26일자 영국의 '네이처'지가 "이번 연구가 실제 치료법에까지 이르려면 수 년 이상이 걸릴 것이고, 아예 그런 가능성이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보도를 인용한다. 즉, 한국의 언론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미래에 장밋빛 전망을 앞다투어 쏟아내며, 난치병 치료가 당장 눈앞에 다가온 듯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지만, 이러한 기대는 현재의 연구단계에 비춰 매우 과도한 것이라는 것. 소위 '냄비 근성'에 대한 비판이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과학 연구의 구체적 내용이나 그것이 갖는 윤리적ㆍ사회적 함의는 간과한 채 '극적 성취'나 '혁명'등의 수사로 연구의 외면을 포장하고, 개별 과학자를 '스타'로 그려내는 경향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단기적으로 과학연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이른바 '이공계 위기'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어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국가 전체의 과학기술연구개발 구조를 왜곡하고 비인기 분야 현장 과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언론은 일반인들이 황 교수의 연구를 이해한 후 제대로된 이유에서 지지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해 논의의 틀을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아놓았고 논쟁 참여자들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한다.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맞추고, 해당 연구의 가능과 한계, 사회적 문제점을 냉정하게 짚는 '논의의 장'을 복원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 '기적의 치료법'과 '악마의 기술'의 이분법이 바람직한 논의과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인 명진숙 씨는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여성의 입장'에서 생명공학을 논하는 데 여성의 시각과 경험이 왜, 어떻게 중요한지를 살피고,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좀더 철학적인 관점에서 근대화와 욕망의 관계, 그 연장선에서 과학기술에 깃들어 있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짚어본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