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들에 대한 무더기 증인채택이 이뤄지고 있어 어려운 경제를 되살리는데 앞장서야 할 기업들만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분식회계(粉飾會計)나 기업결합과 관련해 김우중 전 대우 회장,박용성 두산 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등 전·현직 총수들을 비롯한 상당수의 기업 CEO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고,삼성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국회출석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국회는 필요에 따라 누구든 증언대에 세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의 경우 'X파일'이나 두산 비자금 등 민감한 이슈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처럼 기업인들을 무차별로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기업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해당 기업인 개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의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가치 등도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과거 국감사례를 볼 때 진실규명보다는 오히려 본질과 무관한 일들까지 추궁함으로써 자칫 '기업인 망신주기'의 구태(舊態)를 반복할 소지마저 없지 않고 보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이번에 기업인 증인채택과 관련된 사안은 대부분 검찰수사 및 재판이 진행중이거나 근거마저 불투명해 증인채택 자체가 법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현행 법은 '재판 또는 수사중인 사건은 국정감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입법기관이 이를 무시하고 기업인들을 대거 증언대에 불러 세우는 것은 사실상 미리 죄인취급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기업인에 대한 증인채택이 정말 불가피하더라도 국가경제와 기업에의 파장을 고려해 그 규모는 최소한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은 경제가 너무 어렵고,가라앉은 경제활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인들은 벌써부터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다. 이런 때 정치권이 당리당략(黨利黨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무분별하게 기업인들을 국감증인으로 불러내 그들의 의욕을 꺾는 일은 나라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에 대한 불신만 더욱 키우게 되리란 점을 되새겨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