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노동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분배와 복지에 매달리던 노동조합들이 노사상생의 노동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임금을 더 받고 고용안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뒤늦게나마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독일 금속노조(IG메탈)가 지난해 임금인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에 합의한 것이 바로 이 같은 변화를 대변한다.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쏟아온 유럽 노조들조차 이처럼 운동노선을 바꾼 것은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과거처럼 덜 일하면서 더 많은 임금을 받아서는 어떤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현실을 새삼 인식해서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GS칼텍스(구 LG칼텍스정유)노조의 파업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나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면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노사관계는 안정추세로 가고 있다.


대다수 기업의 노사는 반목과 불신의 벽을 걷어내고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정부가 선정하는 노사문화우수기업에 모두 180개 사업장이 신청,산업평화에 대한 열기를 실감케 했다.


정부는 신청기업 가운데 모두 82곳을 올해 노사문화우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42곳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55곳으로 가장 많고 운수업 6곳,서비스업 5곳,기타 통신업,판매업 등의 순이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노사문화우수기업 388곳이 선정됐다.


이들은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노사관계를 맺으며 우리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협력적 노사문화를 뿌리내린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으며 과거에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던 기업들이 재신청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 중 서울통신기술,동원F&B,롯데삼강,빙그레 논산공장,파라다이스호텔 부산,FAG베어링코리아(유) 전주공장 등 13곳은 또 다시 신청해 선정됐다.


디에이치엘코리아,팬아시아페이퍼코리아 전주공장,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스템코 등 외국인투자기업도 6곳에 달했다.


생산적 노사관계를 일구려는 노력은 전반적인 파업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파업 건수를 보면 10일 현재 2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18건에 비해 42%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노동쟁의 행태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비정규직노조들을 제외하면 대형사업장에서는 쇠파이프,화염병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때문에 근로손실일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102만9127일에서 64만1636일로 감소했다.


분규참가자수 역시 16만7826명에서 10만6969명으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악성분규가 사라졌다는 증거다.


매년 파업을 연례행사처럼 벌이며 국민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현대자동차 노조도 최근 임단협에 잠정 합의하는 등 올해 산업현장에서는 돌출변수가 없는 한 더이상 큰 파업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상생의 노사문화가 확산되고 대기업 강성노조의 파업형태가 바뀌면서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선진노사관계가 정착될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