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등으로 4조6000억원가량의 세수 부족이 예상되자 하반기 중 국세청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세무 조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세청 내에서도 부동산 투기 조사에 집중하는 데 따른 세수 부족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등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 조사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에 국세청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는 것과 관련,"단기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잡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세 행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입 예산이 10% 이상 늘어난 반면 경제성장률 등 각종 지표는 5% 선에 머무는 상황에서 세금 추징 효과가 제한적인 부동산 세무조사에 계속 집중할 경우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한 국장은 "8·31대책 이후 (부동산 조사에서) 발을 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송파구 가격 오름세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이 진정되면 국세청 본연의 임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행정력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조사에 집중하면서 올해 예정됐던 기업들에 대한 정기 법인세 조사 등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이주성 국세청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부동산 투기 조사와 세입예산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소홀히할 수 없다"며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대로 예정됐던 정기 조사 등에 조속히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신한은행에 대한 세무 조사가 그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세청은 엔화스와프 예금의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은행들을 대상으로 세무 조사를 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부동산 조사 등의 이유로 연기돼 왔었다. 국세청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가자 업계에서는 대규모 세무조사설이 떠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지방 국세청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하반기 중 대기업과 대형 외국계 법인 등에 대한 대대적 세무 조사를 진행할 것이란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세수 확보를 위해 세무 조사를 확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부동산 조사에서 여력이 생기면 국세청의 일상적 업무인 정기 법인세 조사와 음성탈루 소득자에 대한 조사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