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자인 한국의 김기덕 감독이 앞으로 러시아 등 아시아 배우들을 기용, 연해주에서 새 영화를 촬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태평양 자오선 영화제'에서 "한국과 지리적으로 아주 가깝고 예전부터 한국계 러시아인(고려인)들이 많이 살아 친숙한 느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영화제에 비경쟁부문에 출품한 자신의 영화 '빈집' 이 상영된 직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외국 영화사나 배우들과 공동으로 작업을 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계 보다는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계 그리고 예술과 문학적 전통이 있는 러시아의 배우들과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젊어 보이는데 영화에 나타난 인생관은 삶의 지혜를 터득한 노인과 같다. 특별한 교육을 받았느냐 아니면 다른 특정인의 영향 때문이냐"는 질문에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으며 자연과 사람, 사회를 보며 스스로 깨닫고 느낀 점들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전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던 부친의 아픔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30분 첫 작품으로 상영된 '빈집'을 보기 위해 약 800석 규모의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는 시각에 극장에 들어온 김 감독에게 환호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 감독은 "독특한 양식의 영화를 만드는 것 같은데 누구로부터 그런 영향을 받았느냐"고 관객이 질문하자 "본인 스스로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그렇다"고 대답해 관객들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태평양 자오선 영화제'에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3회 째인 올해 `태평양 자오선 영화제'는 지난 10일 개막했으며, 오는 15일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24개국에서 출품된 총 9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전문이 통신원 haesamw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