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설립된 테크밸리(대표 김한석·www.techvalley.co.kr)는 '두 얼굴'을 가진 벤처기업이다. 지난 4월 전자부품연구원 내에 기술연구소를 설치했고 삼성전기와 공동 특허를 출원하는 등 국내 산업용 X-레이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꼽히는 동시에 암울했던 과거로 '악명'(?)이 자자했던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창업주였던 모 사장은 2000년 벤처열풍을 타고 인터넷공모를 실시한 뒤 투자금 일부를 들고 도주했다. 현재의 김한석 대표(39)는 당시 주주운동에 참여했던 소액주주 중 한 사람이다. 주주들을 대표해 2001년 11월 회사에 발을 들인 김 대표는 관리부장을 거쳐 2002년 7월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잠재력이 큰 업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과학기술부·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 과제를 받으면서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부품인 X-레이 발생부와 디텍터 등을 국산화했다. 인쇄회로기판(PCB) 등 전자부품이나 자동차 부품의 불량 여부를 검사하는 것은 물론 칼이나 귀고리 등 고대 유물을 정밀 검사하는 데까지 X-레이의 응용범위를 넓혀갔다. 일본의 한 구두 생산업체는 최종 단계에서 바늘이나 못 등이 전부 제거됐는지 살피는데 이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다. 또 모 정부기관에서는 폭발물이나 도청장치 등을 잡아내는 휴대용 검사장비로 사갔다. 제품의 평균가는 8000만~9000만원 선. 한편 지난해에는 해외전시회를 통해 약 4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X-레이 피폭량을 줄이고 필름을 없앤 디지털 동영상 의료용 X-레이 장비도 출시해 중소병원에 팔기 시작했다. 지난해 이 회사 매출은 약 20억원. 김 대표는 "산업용 X-레이 장비는 이제 국내에서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우리 회사는 선두 업체"라며 "앞길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성남산업진흥재단·한경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