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한국시간) 멕시코로 가는 특별기내에서 `특별한' 생일잔치를 했다. 중미 정상외교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해외 순방길에서 만 59세 생일상을 받은 것. 지난해 카자흐스탄 순방 때에 이은 2년 연속 '기내 생일'이다. 생일잔치는 조촐했지만 그 의미는 각별했다. 특별기 이륙 30여분 뒤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수행원 객실로 건너와 악수를 나눈 노 대통령에게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생일상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기자단이 준비한 축하 꽃다발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축하케이크를 받고 함박 웃음을 지어보였다. 기자단은 생일축하곡에서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마지막 구절만 부르자는 노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생일 축하합니다"를 합창했으며, 노 대통령은 59개의 양초가 꽂힌 케이크 촛불을 여러차례 불어 끈 뒤 "한번에 불어서 꺼야 하는데..."라면서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객실 중앙좌석에 마련된 이 자리에서 "지난번에 이 자리에 서서 '이 비행기는 쿠웨이트로 간다'고 했는데 한번 더 할까요. 오늘은 예정대로 갑니다"라고 조크를 던진 뒤 농담을 섞어가며 출국 때 배웅나온 참모진에게 건넸던 얘기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인사말'을 풀어갔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큰 걱정거리가 2개 있다. 하나는 태풍이고 하나는 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나가니 열흘은 나라가 조용할 것이니 태풍만 막아라 했더니 '그말 맞다'고 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총리와 행자부 차관에게도 "태풍은 반드시 막고 책임지라 했다"고 전한 뒤 "앞으로 열흘동안 조용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순방의 의미"라고 말했다. 좌중에 웃음이 터지자 노 대통령은 기자단을 향해 "가급적 큰 뉴스 만들지 않겠다. 동포간담회 조심하겠다. 여기서만 사고 안나면 되니까. .."라고 '덕담'을 건네 또 한번 폭소를 자아냈다. 동포간담회는 노 대통령이 뉴스를 쏟아낸다고 해서 청와대 출입기자단에선 '공포간담회'라고 불린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도착지 기준으로 하면 내일이 생일인데, 내려가서 한번 더하자"고 말해 '할 말'이 더 있음을 시사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홍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