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우 메릴린치 부회장(43)은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금융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연내 중소기업 기금 학교 등 틈새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한국에서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마켓 및 투자은행(IB) 부문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김 부회장은 "이 같은 '미들 마켓(Middle Market)' 비즈니스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홍콩 대만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 외환 쪽에만 국한돼 취급하던 장외파생상품을 주식 채권 신용파생상품으로 확대하고 향후 국내 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나 조인트 벤처 설립 등을 통해 IB 업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 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성장 기회를 찾고 있고 해외 기업들은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기업 간 인수·합병(M&A)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의 주식 시장에 대해 "당분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그는 "최근 한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는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경영 투명성이 높아진 점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가능성과 관련,"단기적으로는 매우 '야심찬' 목표"라며 "내부시장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세계 무대에서의 역할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해선 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규제도 시장친화적인 방향으로 계속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 일본 현지법인에서 채권파생상품 트레이더로 명성을 날리다 2003년 본사 2인자 자리에 오른 김 부회장은 한국계로선 미국 월가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해 받은 연봉만 200여억원으로 현지 언론이 꼽은 뉴욕 100대 고액 연봉자 2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한인 1세대 기업이자 최대 합판업체인 코린도그룹 김동환 부회장이 그의 부친이다. 글=박성완·사진=김병언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