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노후를 보장한다'는 의미의 종신연금보험으로 1980년대 가입자가 100만명에 이르렀던 '백수(白壽)보험'.이 보험의 가입자들에게 계약 당시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보험계약이 유효한 11만명의 다른 백수보험 가입자들의 줄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청구액 합계가 최대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백수보험 가입자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는 반면 보험사들은 비현실적인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의 뜻을 내비쳐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금리 떨어져도 배당금은 지급해야=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이홍철 부장판사)는 8일 인모씨 등 백수보험 가입자 92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배당금지급 청구소송에서 "삼성생명은 원고들에게 매년 50만∼400만원씩의 배당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백수보험은 1980년대 초 월 3만~9만원씩 3~10년간 보험금을 납입하면 55세 또는 60세 이후 매년 최대 1000만원의 '확정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한 종신연금보험.지급 배당금 액수는 당시 보험사 예정이율(12%)과 은행 정기예금 금리(25% 내외)의 차이(13%) 만큼이었다. 그러나 1982년 정부의 6·28 금리인하 조치 이후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떨어져 보험사들은 가입자들이 확정배당금을 지급받을 연령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을 주지 않았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계약 당시 금리 변동에 따라 확정배당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며 보험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법원은 당초 계약의 전제조건이 되었던 은행 금리가 변동했으므로 가입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험사측의 주장만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보험 가입자들은 계약 당시 금리에 따라 확정배당금이 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알 수 있었다 해도 배당금 계산식의 핵심 요소인 보험사 예정이율의 개념과 수치가 계약서 상에 없어 배당금 자체가 사라진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아무리 금리가 변동되더라도 확정배당금은 발생근거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만 2000억원 배상할 수도=이번 판결로 다른 백수보험 가입자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백수보험 가입자들은 모두 항소심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거나 진행 중인 사람도 600여명에 이르고 전체 백수보험 가입자(중도해약자 포함)는 100만명에 이르러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백수 보험 계약이 유효한 사람은 11만명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로 백수보험 가입자들의 배당금에 대한 권리가 모두 인정될 경우 삼성생명이 물어야 할 액수만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번 판결이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