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로 출근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표정엔 여유만만함이 묻어 있었다. 대표실이 아닌 당 민원국으로 직행,사무실을 둘러봤다. 직원들이 박수로 맞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에서 연정론 등에 대해 잘 대처했다는 만족감의 표시로 해석된다. 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도 '잘했다''잘싸웠다'는 칭찬 일색이었다. 당내에선 노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이 박 대표 앞길을 탄탄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박 대표의 조기사퇴론이 힘을 잃으며 임기(내년 7월)를 보장받게 됐다. 그의 '입지 강화'에 날개를 단 셈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한계론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4월 임시대표로서 총선을 지휘,당을 기사회생시킨 뒤 7월 임기 2년의 정식대표에 올랐다. 이후 소장파와 비주류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그 바탕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미지가 '수구'와 연결돼 당 개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지도부 교체 등을 위한 내년 초 '조기전당대회론'이 불거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의 임기를 채우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5월 지방선거를 박 대표 체제로 치러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는 노 대통령과 단독 대좌해 명실상부한 국정의 카운터파트로 인정받았다. 더군다나 노 대통령이 먼저 대화의 손을 내미는 형식이었다. 박 대표는 회담에서 대통령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충고,조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대등한 위치에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또 단호하고 공세적 태도를 보여 다소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단번에 희석시켰다는 평가다. 노 대통령의 민생·경제 정책을 비판함과 동시에 감세정책 등 대안을 제시,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과의 공통분모를 찾아 논의를 진전시키기 보다 차별성만 부각시킨 것은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개혁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현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통령에게 민생경제에 전념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생경제 초당내각 구성'제안을 뿌리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비주류인 이재오 의원은 "획기적 발상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며 난국에 대처해야 한다"고 다소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