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미국에 에너지 대란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카트리나 피해가 컸던 멕시코만의 석유시추 및 정제설비들이 속속 복구되고 있지만 오는 11월 또는 12월 이전까지는 이 지역의 원유공급이 완전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배럴당 65달러 이하로 떨어진 국제유가가 난방 수요가 늘어날 겨울철을 전후로 다시 배럴당 7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란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7일 발표한 에너지 월간 보고서에서 올 겨울 원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수준으로 다시 올라 난방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31%,천연가스 값은 24% 각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부는 또 내년도 원유가격 전망을 배럴당 평균 63.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하기 전 예상했던 내년 평균 유가(배렬당 56.7달러)보다 12%나 높은 것이다. 에너지부는 이 같은 유가 급등으로 올해 미국의 에너지 비용은 1조300억달러를 기록,지난해보다 18%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에너지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3%로 급증,1987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부는 현재 갤런당 3달러를 넘고 있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연말쯤 2.5달러 안팎으로 떨어질 것이나 난방유 가격 급등으로 휘발유 가격 하락이 상쇄돼 일반가정의 유류비용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브 코스텔로는 "올 겨울은 날씨가 춥지 않더라도 결코 행복한 겨울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도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최근의 유가 하락은 단기간에 그치고 겨울철이 다가오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 타임스(FT)는 "백악관이 겨울철 에너지 대란을 우려,카트리나 피해로 인한 휘발유와 디젤 공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정유사들에 매년 통상적으로 하고 있는 유지·보수를 연기하고 생산설비를 최대한 가동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휴스턴 소재 대형 정유사 간부는 "정부에서 온 메시지는 앞으로 4~6주 동안 우선순위가 중요하지 않은 유지보수는 피하고,정제량을 최대한 늘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소재의 한 정유업체는 "백악관으로부터 휘발유와 디젤유 생산에만 전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