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희 < 한국코닝㈜ 대표이사 leehh@corning.com > 며칠 전 다국적 기업 한국인 경영자 모임(KCMC)에서 친분 있는 몇 분과 만났다. 한 분이 '노조 파업 중인 회사의 주가가 올라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봐서 다들 의아해했다.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노스웨스트항공과 영국을 대표하는 브리티시항공의 정비노조가 같은날 파업을 선언했다. 브리티시항공은 대부분의 노선이 결항하게 된 반면 노스웨스트항공은 5000명의 정비사가 파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결항도 없었고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고 한다. 매번 노조파업으로 곤욕을 치른 노스웨스트 경영진이 미리 올초부터 비상근 인력을 훈련시켜 왔고,정비노조 파업과 동시에 이들 훈련된 별동부대 정비공이 투입된 덕분이다. 우리나라 자동차노조는 해마다 파업을 한다. 현대·기아차노조는 10년째 파업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기도 오월 춘투에서 칠월로 넘어가 협상 타결과 동시에 여름휴가를 가는 '장기 휴가파업'이 관례화되는가 싶더니 올해는 아마도 추석 전에 타결돼 큰 보너스와 함께 '장기 휴일'을 즐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러한 장기 파업에 따른 손실이 기업별로 몇 천억원에서 많게는 몇 조원에 이른다. 우리 회사는 매년 7월에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운다. 국내 자동차산업과 관련된 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로선 매년 사업계획에 자동차 업체의 연례행사인 파업부분을 계획에 미리 반영해 미국 본사에 보고한다. 참으로 어이 없는 일이다. 96년 국내에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천안에 부지까지 확보했다가 중국으로 계획을 변경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같은 노조활동이 곱게 보이지 않는다. 경쟁사인 도요타,미국 '빅3'의 1인당 생산력과 비교했을 때 많게는 20% 이상 차이가 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을 20% 더 줄여달라는 노조의 요구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영악화로 주인이 바뀌거나 상반기 적자가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지불을 요구했다는 노조는 아마도 '성과급'의 사전적 의미를 달리 알고 있는 모양이다. 달라져야 한다. 매년 하는 파업이니까 그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면 내 호주머니만 채우려는 그런 요구가 아니라 내일을 바라보는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