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을 넘어선 제62회 베니스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들의 열풍으로 뜨겁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과 폐막작은 쉬커(徐克) 감독의 '칠검'과 천커신(陳可辛) 감독의 '퍼햅스 러브' 등으로, 두 편 모두 아시아 영화. 아시아 작품이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게다가 폐막작까지 모두를 아시아 영화가 휩쓰는 것은 지극히 드문 경우다. 이들 두 작품은 모두 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지만 배우나 프로듀서, 스태프들은 중국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다국적으로 채워진 합작 영화들이다. 이는 이번 영화제에는 초청되지 않았지만 '무극'이나 '더 미쓰' 같은 영화들을 포함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 지역 합작 영화들의 제작 열풍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개폐막작을 비롯해 올해 베니스영화제에는 아시아, 특히 극동아시아 지역의 영화들이 대거 상영 중이다. 이미 영화제 집행위원장 마르코 뮐러는 "올해 영화제에서 서구에 열정을 전해주는 극동지역의 영화 만들기에 경의를 표할 것"이라고 공표를 한 터다. 초반 '칠검'의 스타 쉬커 감독과 한국 배우 김소연을 비롯해 양차이니(楊采니< 女+尼 >), 전쯔단(甄子丹) 등 여자 스타들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베니스 영화제는 한국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한층 더 달아올랐고 기타노 다케시의 '다케시의 것(Takeshi's)'이 경쟁부문의 깜짝 초청작으로 발표되며 극으로 치달았다.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금자씨'에 박수와 휘파람으로 지지를 보냈고 '다케시의 것'의 초청 사실에 환호를 터뜨렸다. 지난해 '쓰리 몬스터' 이후 두번째 베니스를 방문하는 박 감독이 현지의 떠오르는 별이라면 기타노 다케시는 그동안 '하나비'(1997년)와 '자토이치'(2003년)로 황금사자상과 감독상을 차지한 바 있는 베니스가 발굴해 키운 스타다. 현지에서 그는 별명이 '영화의 신'일 정도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에는 이밖에도 스탠리 콴(關錦鵬) 감독의 '장한가'(長恨歌)가 10일 발표되는 황금사자상을 노리고 있다. 경쟁부문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세 편이지만 비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을 보면 올해 베니스가 얼마만큼 아시아 영화들에 대해 주목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호라이즌(Horrizon) 섹션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니셜D'(류웨이장,홍콩)와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의 신작 '요괴대전쟁', 노무라 데쓰야의 '파이널판타지7 -어드벤트 칠드런'(Final Fantasy Ⅶ: Advent chidren,일본)이 초청됐다. 한국 스타들은 김소연과 이영애를 비롯해 지진희가 참석해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에 모인 다른 스타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영화제가 특히 경의를 표하고 있는 쪽은 일본과 중국의 작품들이다. 일본과 중국의 고전 영화에 대한 특별전(The Secret History of JapaneseㆍChinese Cinema)이 마련돼 이들 두 나라의 고전이 대거 상영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명예황금사자상을 수상한다. 이 같은 아시아 영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10일 열릴 예정인 시상식에서 아시아 작품들의 수상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베니스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들을 발견해 유럽으로 소개하는 역할에서 다른 주요 영화제들에 비해 우위에 서 있다. 매년 아시아 영화들은 꾸준히 수상작 목록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베니스영화제는 지난 99년 이후 '책상 서랍 속의 동화'(장이머우, 중국, 황금사자상), '순환'(자파르 파나히, 이란, 황금사자상), '비밀투표'(바바크 파야미, 이란, 감독상). '오아시스'(이창동, 감독상), '자토이치'(기타도 다케시, 감독상), '빈 집'(김기덕, 감독상) 등 아시아 작품들에 주목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