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가 '유령의 도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도시에 차 있는 물이 빠지고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앞으로 9개월이 걸릴 전망인 데다,시내 곳곳에 방치돼 있는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카트리나 피해 지역의 기온이 높고 모기가 들끓는 데다 시신이 물에 떠다녀 콜레라 등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뉴올리언스는 '버려진 땅'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 행정부는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주 이재민들을 휴스턴 등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완료함에 따라 구석구석을 돌며 본격적인 시신 수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 리빗 보건장관은 4일 연방정부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카트리나 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수천명이 될 것이라고 확인,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공공보건서비스(PHS)도 이날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세인트 개브리얼 형무소 한 곳에만 1000~2000명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발표해 사망자 수가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본격 복구작업 내년 여름에나 가능


미 연방 재난관리청(FEMA) 댄 크레이그 청장은 내년 여름께나 뉴올리언스의 재건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장비와 인력을 모두 동원할 경우 하루 1피트(30.47cm) 정도의 물을 빼낼 수 있어 이론상으로는 1∼2개월에 배수를 끝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뉴올리언스는 도심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동력을 이용해 물을 퍼내야 하는 데다 기름 화학물질 건축자재 등이 뒤섞여 있어 6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이 빠지더라도 땅이 말라야 하기 때문에 복구작업은 내년 여름께나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레이그 청장은 "복구작업에 앞서 무너진 건물 잔해와 다른 위험한 물건들을 모두 철거해야 하기 때문에 이재민들은 최장 2년간 집 없이 헤매는 신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과의 전쟁 불가피


게다가 카트리나 피해 지역에는 전염병 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피해 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 있는 시체들이 처리되지 않고 있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이 전염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높은 데다 도심을 뒤덮은 물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어 콜레라나 말라리아,파상풍 등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미시시피주 빌록시에서는 이질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지역에는 연방 정부가 파견한 24개 공공위생팀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혼란 지속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교 위에서 미국 경찰이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약탈자 8명에게 총격을 가해 그 중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뉴올리언스 경찰은 "약탈자들이 먼저 경찰에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한 충격과 절망 때문인 듯 뉴올리언스 경찰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10여명의 경찰관이 사직하는 등 치안 당국도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USA 투데이는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 도시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며 "물이 빠진 주택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과 고속도로 주변에는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담한 현장을 묘사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