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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 데스크] 반성하지 않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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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최대 번화가에 자국의 수도(테헤란) 이름을 붙이게 했던 산유부국 시절의 이란을 기억하는가. 1970년대 국제 원유값의 급등과 함께 절정의 번영을 구가했던 이 나라에서,원유값이 또다시 치솟고 있는 요즘 예전의 위세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1979년 부패했던 왕정(王政)을 무너뜨리며 등장한 호메이니의 회교 혁명과 함께 신정(神政)체제,이슬람 근본주의로 국가통치시스템이 바뀐 이후 이 나라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종교적 열정의 정치이념화가 뿌리를 내린 대신 정치ㆍ사상적 토론과 공론화의 무대가 사라졌고,그 결과는 민간 활력의 쇠퇴로 이어졌다. 개인의 일상사에까지 코란의 율법을 까다롭게 들이대는 데 대한 지식인들의 문제 제기에 "그럼 알라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얘기냐"는 집권세력의 윽박지름이 결과한 개혁 도그마의 오(誤)작동에서 그 원인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 나라의 한때 강성했던 시절을 대로(大路)의 거리 이름으로 증언하고 있는 한국의 강남,그곳을 진앙지로 한 부동산 투기 대책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주 발표한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만큼 그 방향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의 견해 일치가 이뤄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땅과 주택의 투기적 거래로 인해 양극화가 더욱 부채질되고 기업이 공장 짓기조차 불가능해지고 있는 현실을 근본에서부터 뜯어고치겠다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하지만 방향이 옳다고 해서 '개혁'이 드리울 그늘을 소홀히 놔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예금이자와 연금급여 등으로 생활하는 고령자,오랫동안 한집에 실수요자로 살아왔는데도 집값이 얼마 이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졸지에 거액의 보유세를 물게 된 봉급생활자 등 '유탄'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이번 대책은 극소수 투기 세력과 대다수 국민 간의 전쟁'이라는 극단적 레토릭 속에 집어넣어 깔아뭉개도 되는가. 무엇보다도 오늘의 망국적 거품이 일어난 데 대해 정부가 먼저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하는 게 순서다. 경기 부양을 위해 아파트 분양권의 미등기 전매를 허용하고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다주택 소유 여부를 따지지 않고 5년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를 면제한다고 발표해 투기의 빌미를 제공했던 건 현 정부가 계승한 DJ정부였고,행정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개발계획을 동시다발적으로 내놓아 전국에 토지 투기의 불씨를 지핀 건 지금 정부다.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선의의 피해자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그럼 부동산 투기를 용인하자는 얘기냐"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것은 '공복(公僕)'들로서 할 일이 아니다. 앞뒤 안맞는 개혁 도그마의 문제가 어디 부동산뿐이겠나. 논술형 본고사 금지 등 학원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교육 개혁'을 비롯해 걱정스런 이 정부의 개혁 아젠다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총론(명분)'이 옳다는데 동의한다면 '각론(현실)'에 이의를 달지 말라는 얘기는 길게 따질 것도 없이 개혁 도그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도졌을 때,또 사과 한마디 없이 '땜질 공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학영 경제부장 ha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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