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A증권사 강당. 3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이 증권사가 개최한 '하반기 증시 전망과 유망종목' 특강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당초 200명 정도의 참석자를 예상했던 증권사 직원들은 급히 의자를 더 배치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특강 도중 자리를 뜨는 참가자들은 손꼽을 정도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가 뜨면서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역대 최고수준 직전까지 급상승하는 장에서도 간접상품 외에는 별 반응이 없던 개미들이 슬슬 증시 주변으로 모여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며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자 다음 랠리를 기대하며 직접투자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투자설명회를 알리는 안내문도 여의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그러나 성적표를 보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개미들은 아직까지는 재미를 못 본 것 같다. 거래소시장에서 지난 5월부터 줄기차게 순매도로 일관하던 개인은 8월 중순부터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이때부터 조정에 들어가 60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개인들이 주로 사들인 종목들의 하락률은 지수 하락률의 2배나 됐다. 여전히 개인들은 '봉'인 셈이다. 이날 설명회에 나온 한 참석자는 "예전에 주식으로 '피'를 본 기억이 있지만 이번엔 증시가 달라졌다는 말들이 많아 다시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부동산 대책이 계속 나오면 시중 부동자금이 결국 자본시장으로 들어와 증시가 뜨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설명회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1500,가기만 하면 금방 간다"는 강사의 확신에 찬 목소리도 아직은 이들의 마음을 붙들어매지 못한 듯했다. 과거에 당하면서 배웠던 '학습효과' 때문일까. 예측할 수 없는 주가의 향방 만큼이나 개미들의 표정도 복잡해 보였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