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곳곳에서 인명구조 요청이 잇따라 치안이 공백 상태인 속에서 식량과 생필품 부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무장 폭도로 돌변,약탈 방화 총격사건이 빈발하는가 하면 굶어죽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2일 새벽에는 대규모 폭발까지 일어났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시 공무원들이 "도시 자체를 수개월간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무질서와 난동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주 방위군을 긴급 투입했지만 피해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 질서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 방위군은 난동자를 사살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뉴올리언스는 사실상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루이지애나주 출신의 리 랜드루 상원의원(여·민주)은 "우리는 수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우리 시에는 먹을 것이 없다"며 구조와 지원을 호소했다. ◆뉴올리언스 최악의 상황으로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스는 생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외신들은 시내 곳곳에서 시신이 물에 떠다니고 있으며 어린 아기와 노인이 굶어 죽은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슈퍼돔도 혼돈에 빠져 있다. 휴스턴으로의 피난을 추진하고 있지만,유일한 수송 수단인 버스가 워낙 부족해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이재민들이 이리 얽히고 저리 얽히면서 아비규환을 연출하고 있다. 이날 새벽에는 프렌치쿼터 지구외곽의 한 화학공장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사고의 원인과 피해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새벽 하늘을 물들인 화염과 매캐한 검은 연기가 주민들을 긴장시켰다. 시내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물이 차지 않은 일부 상가엔 약탈자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음식 옷 TV 보석 총기류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쳐갔다. 이들은 보안요원에게 들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게 총기를 난사하거나 건물에 불을 지르는 폭도들까지 목격됐다. NBC 카메라기자인 토니 줌바는 "이제까지 미국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뉴올리언스 인근 한인 밀집지인 매터리와 케너 지역은 물이 대부분 빠졌으며 허리케인 급습 당시 현지에 잔류했던 교민들도 대부분 뒤늦게 대피한 것으로 보여 당초 우려보다는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저지대여서 인근 폰차트레인 호수 둑이 터지면서 상당 부분 침수됐으나 1일 현재 물이 대부분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력 대응 나선 미 정부 미국 정부는 뉴올리언스의 질서 회복을 위해 장갑차를 앞세운 주 방위군을 긴급 투입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재민과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의식,약탈자들을 겨냥해 "관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미 당국은 1일 주 방위군 7400명을 수해지역에 급파한 데 이어 2일에는 병력을 1만8000명으로 늘렸다. 미 해군은 뉴저지의 군항에 정박 중이던 쾌속 전투지원함을 이날 멕시코만으로 보내 인명 및 선박구조 활동에 투입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김남국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