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인위적 집값잡기, 충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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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 암 < 홍익대 교수·경제학 >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획기적 대책인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메가톤급 부동산 중과세와 공급확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이번 조치로 정부는 "부동산 투기가 끝났다"고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하고 있다.
2003년 10ㆍ29대책 발표 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듯이 이번 조치로 부동산 가격의 단기적 안정 내지 하락이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투기와 투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데 시장에서 투기가 사라질지,아니면 투자가 사라질지 관심있게 지켜볼 사항이다.
먼저 이번 대책이 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경제의 선순환이 발생하고 국민의 복지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건설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부진해지고 실업이 늘어나 국민의 복지가 감소할 수도 있다.
지난 2000년 세계 주식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이 닥치자 미국을 비롯한 많은 선진국들은 저금리 정책을 채택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기회복을 도모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4년간 경제성장의 90%가 소비와 주택건설 부문에서 발생했으며,민간부문 고용증가의 40% 이상이 건설과 부동산 중개 등 주택관련 부문에서 창출됐다.
우리나라는 저금리 정책을 채택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면서도 미국과 달리 저금리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97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의 주택가격은 70% 이상 상승했으나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같은 기간 약 24% 상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가격 급등을 염려한 나머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왜 문제가 되는가.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경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에 이어 부의 양극화로 빈부격차가 더 확대될 것이므로 적절한 조세정책으로 빈부격차를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경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의 요인은 그대로 둔 채 '강남 집값 때려잡기'를 통한 부의 양극화 해소에 치중하다 보면 경기 부진 등으로 중소기업과 서민의 고통이 줄어들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 저금리 정책을 추진했던 선진국들은 이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부동산 경기 위축과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한ㆍ미간 금리가 역전된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되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이렇게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적 부동산 시장의 퇴조가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8ㆍ31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관망하게 된다.
대내외 여건변화로 경기는 순환하며 가격은 변동한다.
'헌법처럼 변하지 않는' 정책으로는 대내외 여건변화의 충격을 이기기 어렵다.
시장 참가자들이 이 사실을 인지할 때 정책이 변할 때까지 버티려 하므로 부동산 과세 중과의 효과가 반감된다.
미국의 최장기 호황을 만들어 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퇴임을 앞두고 그의 정책에 대한 평가가 최근 있었다.
그의 성공비결은 경제가 급격하게 변하는 속성이 있음을 간파하고 변화에 유연하고도 중립적인 방법으로 대처한 데 있다고 평가된다.
그는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 자산가격만을 낮출 수 없다"고 말한다.
8ㆍ31 부동산 대책도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고서는 부동산 가격을 낮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