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예정지 분묘이전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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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청구 및 수령 대행.''가족묘 이전 민원서류 대행.'
지난달 27일 오후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설 충청남도 연기군 남면.행정중심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푯말들이 걸려 있는 상가들 사이에 알록달록한 사진으로 장식된 플래카드가 유난히 도드라졌다.
조상묘와 종중 시조묘 가족묘 등을 보유한 지역 주민들이나 외지인에게 이장(移葬)은 물론 화장 납골 등의 서비스와 함께 보상과 관련한 행정절차를 무료로 대행해 주겠다는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다.
행정중심도시 건설로 분묘이전 시장이 뜨고 있다.
정부가 행정중심도시 예정지 2220만평 내에 산재한 분묘를 100% 이전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장의업체에 따르면 분묘 수는 최대 4만여기로 추정된다.
정부가 추산한 1만5000여기 외에 수십년씩 돌보지 않은 방치묘와 무연고묘를 합한 수치다.
행정중심도시 예정지는 대부분 마을이 형성된 지 600년 이상 된 지역인데다 집성촌까지 몰려 있어 야산 곳곳에 숨어 있는 묘들이 많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분묘 1기당 평균 400만원(정부 잠정 기준)의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어서 모두 1600억원의 돈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최소 25%인 1만여기를 장의업체들이 이장을 맡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400억원 정도가 장의업체들의 몫이라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연기군 남면의 경우만 해도 1곳에 불과했던 장의업체가 최근 들어 10개로 늘어났다.
지난 7월 남면에 사무실을 연 이장전문업체 C사 관계자는 "행정도시 건설지역으로 확정된 직후 분묘이장 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분묘사무실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면사무소 인근의 P다방에서 만난 한 상인은 "행정중심도시가 들어설 4개면을 다 합쳐도 인구가 1만명에 불과한데 장의업체만 수십 개 생겼다"며 "이장사업이 돈이 되기는 되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장의업체들은 특히 정부입찰이 예상되는 무연고 묘와 고향을 떠날 망자(亡者)들을 새로 모실 장묘시설 설치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전자입찰이 가능해 토박이 장의업체와 경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상비를 노리고 무연고 묘를 마치 연고가 있는 묘인양 망주석 상석 향로석 등을 밤 사이 몰래 꽂아놓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중심도시 주민대책위원회의 김지춘 부대장(사수대)은 "평소 연락도 않던 사람들이 보상비가 나온다고 하니 조상묘를 찾겠다며 친인척들을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책위 임재긍 정책위원장은 "분묘이전 사업도 주민 복지사업인 만큼 주민들에게 우선권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도 지난 7월 양병이 서울대 환경조경학과 교수를 팀장으로 한 '장사대책 TF팀'을 발족해 분묘 및 장묘시설 보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TF팀 간사인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단의 김철환 입지과장은 "우선 벌초가 끝나는 추석 이후에 분묘개수 등을 정밀 실사한 뒤 올해 말까지 이장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 연기=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