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2선후퇴.임기단축' 발언을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의 다음 단계는 개헌이고, 개헌의 내용은 권력구조를 현행 대통령제에서 내각제로 변경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정.부통령제 도입과 4년 중임제가 개헌 방향으로 인식되고 기타 소수 의견을 찾기 힘들었지만, 노 대통령의 연정발언이 거듭되면서 내각제도 개헌론의 `정식 메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전날 중앙언론사 논설 및 해설 책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내각제 개헌과 관련된 질문에 "내각제 문제는 오늘 대답을 피하겠다. 왜냐하면 이것은 잘못하면 정국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리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라고 강한 여운을 남기면서 당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내각제 개헌에 대한 찬반 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문병호(文炳浩)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려면 내각제가 제도적으로 맞다"며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여야간 대립구도가 해소된다면 내각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金東喆) 의원은 "대통령 지지도와 여당의 지지도가 20~30%에 머문다면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나, 나머지 정치세력과의 연대에 의해 여당이 바뀌는 것이 맞다"며 "이제 내각제나 내각제 요소를 가지고 있는 이원집정제도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표명한 적은 없지만, 일부 당 중진들도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갑자기 힘을 얻기 시작한 내각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병두 의원은 "노 대통령이 반드시 내각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더라도 내각제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의 이해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장관 등 우리당의 차기 대권주자 진영도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내각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차기 대권주자들도 결국 내각제에 찬성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재야파 소속의 한 의원은 "4년 중임제로 개헌이 될 경우 대선이 `서든데스' 게임이되고, 향후 8년간 경쟁자의 집권이 봉쇄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내각제로 갈 경우 여야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각각 2~4년씩 책임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