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가 당초 예상보다 확산되면서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미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백악관은 31일 원유 생산 감축분을 상쇄시키기 위해 전략 비축유 방출키로 결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난 30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장중 한 때 70.85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휘발유 선물 가격도 20% 이상 급등했다. 특히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입은 미 남동부 지역의 휘발유 도매가격이 일시적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미국 전역에서 휘발유 소매가격이 갤런당 평균 3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위축이 현실화되고 3.5달러를 돌파하면 경기침체(리세션)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으로 인해 올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소 0.2%포인트에서 최대 0.6%포인트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휘발유 위기론 대두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30일 텍사스 휴스턴 석유시장에서 휘발유 도매가격이 갤런당 3.15달러까지 폭등했다. 휘발유 도매가격은 허리케인이 오기 전인 지난 주말 2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멕시코만 인근 지역의 피해가 커지면서 이처럼 급등했다. 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휘발유 9월 인도분 가격도 전일 대비 41.39센트(20.1%) 급등,갤런당 2.4745달러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 때 가격 급등으로 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지만 오름세가 계속 이어져 한 때 휘발유 선물가가 2.5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1984년 휘발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사상 최고치다. 또 이날 WTI 가격도 전일대비 3.9% 높은 69.81달러로 장을 마쳤으며 시간외거래에서는 다시 70달러를 웃돌았다. 이후 비축유 방출 소식에 69달러 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격 폭등이 일시적 과잉반응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수급 안정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 취해지지 않으면 휘발유 소매가격이 3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휘발유 소매가 3달러는 소비 위축을 불러오는 임계점으로 분석되고 있다. 글로벌인사이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내리먼 베라베쉬는 "휘발유 가격이 향후 4~6개월 동안 갤런당 평균 3.5달러를 유지하면 4분기에는 제로 성장률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태풍 피해 복구 과정에서 건설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미 행정부도 전략비축유 방출 등 다각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주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도 오는 10월1일부터 하루 석유생산량 쿼터를 50만배럴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알 아티야 카타르 석유장관이 31일 밝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피해 확산 로이터통신이 카트리나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고 보도한 가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사망자도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뉴올리언스 시에서는 제방 누수로 침수 지역의 수위가 더 높아져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멕시코만 일대 260만명의 주민들은 아직도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또 멕시코만 항만의 피해로 수출 상품의 선적이 지연됐고 피해 복구과정에서 막대한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재보험사에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들도 상당한 손실을 입는 등 민간기업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