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가이드라인을 만든 나라는 유례가 없다.외국 기자들이 보면 해외토픽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논술가이드라인을 만든 교육인적자원부 김진표 부총리의 얘기다. 그는 얼마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논술가이드라인 작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부 공무원들도 지난 4월 말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부터 통합교과형 논술을 실시하겠다고 발표,본고사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도 대학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낼텐데 실효성이 있겠냐"며 "논술가이드라인이 필요없다"고 누차 강조했었다. 그랬던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논술가이드라인을 '뚝딱' 내놓았다. 지난 7월 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초동진압 운운하면서 펄펄 뛰었기 때문이다. "논술고사를 본고사처럼 보겠다는 게 가장 나쁜 뉴스"라는 노무현 대통령 발언에 흥분한 여당의원들의 성화에 밀린 것. 이처럼 급조된 탓인지 발표 당시 서남수 교육부 차관보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차례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가이드라인이 모호하지 않냐는 물음에 "(논술과 본고사를) 두부자르듯 정의를 내리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겨우 넘어갔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서울대 논술 문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서 차관보는 서울대 논술문제를 치켜세우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 서울대가 낸 문제는 논술의 전형"이라며 서울대 논술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결국 이 가이드라인은 여당의원들이 별 문제가 없는 서울대의 입시안을 문제삼으며 큰소리치자 정치권의 눈치를 본 교육부가 서둘러 만든 꼴이 된 것이다. 이제 교육부 공무원의 말처럼 대학들은 구술ㆍ면접 등을 강화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것이며 교육부는 이에 맞서 또다시 구술ㆍ면접 가이드라인,적성검사 가이드라인 등을 내놔야 할 판이다. 교육부가 흥분한 여당의원만 잘 이해시켰다면'해외토픽감'인 논술가이드라인은 탄생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현석 사회부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