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가 일본 소프트뱅크로 넘어감에 따라 게임업계는 또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액토즈소프트에 이어 나스닥 상장사인 그라비티까지 외국에 팔렸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나라 안팎에서 평가받는 것은 좋지만 거대한 외국 자본에 휘둘릴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미르의 전설'로 유명한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샨다에 팔렸고,세계 39개 국가에서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는 그라비티는 일본 업체에 매각됐다. 공교롭게도 '미르의 전설'은 중국에서,'라그나로크'는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라비티 매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라비티의 주 수익원인 '라그나로크'가 최근 국내에서 부진하고 해외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매각을 선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프트뱅크가 라그나로크를 인수한 것은 세계적인 게임 업체로 키우기 위해서라는 말도 들린다. 소프트뱅크 계열 게임 배급업체인 겅호온라인의 매출에서 '라그나로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라그나로크'는 2002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이래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넘어서며 수위를 달리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그라비티를 인수한 후 겅호온라인에 합병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정률 회장은 "계속 출근하며 경영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오는 2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직을 사임하게 된다. 기존 경영진의 유임도 장담할 수 없다.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30일(뉴욕 현지시간) 나스닥에서는 그라비티 주가가 전날보다 1.31달러(18.45%) 오른 8.41달러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 12.14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그라비티가 팔리자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애써 쌓아온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가 경쟁국에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는 것.또 우리나라 간판급 게임 업체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가는 '해외 매각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게임 업체 한 관계자는 "시장의 크기에 따라 게임업계의 파워가 이동하고 있고 해외 거대 자본이 게임 개발까지 직접 챙기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해외 업체로의 피인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소프트뱅크의 자본력에 그라비티의 콘텐츠 기술력이 결합해 일본시장에 일종의 '장벽'이 형성될 경우 후발사의 일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