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한 31일,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관계부처 장ㆍ차관 합동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표현대로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매우 장기적이며 근원적 처방을 마련했다"고 운을 뗀 뒤 "부동산 투기는 필패라는 사회적 믿음을 뿌리내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는 것은)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목청을 돋운 뒤 "부동산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직설적이고 단정적인 화법을 통해 이번 대책이 매우 강력한 것이며,향후 집값과 땅값을 틀림없이 안정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 부총리가 이처럼 단정적인 표현을 쓴 배경을 이해 못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하늘이 두쪽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강조한 뒤 한 달여만에 나온 대책인만큼,여기에 화답하려면 이 정도의 강력한 어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 강남 이외 지역에 사는 서민들의 소외감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표현 강도를 높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표현의 수위가 너무 높아져 실제와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선 '8ㆍ31대책'의 하나로 나온 송파ㆍ거여지구 미니신도시 개발 재료로 인해 해당지역 집값이 벌써부터 들먹이고 있다. 이주성 국세청장도 이날 "투기조짐이 있다"고 인정했다. '부동산 투기 필패' 대목은 이어진 한 부총리 자신의 말로 설득력이 떨어졌다.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 부동산이 유리했던 게 사실"이라고 언급,저금리로 시중 부동자금이 많다면 앞으로도 투기가 성행하고 투기이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장기적이며 근원적 처방'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세법 등 일부 법령만 고쳐서 마련된 대책이라면 나중에 상황에 따라 고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2003년 '10ㆍ29대책'을 내놓을 때도 "더 이상의 대책은 없다. 더 나가면 사회주의다"(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8ㆍ31대책'이 제2의 '10ㆍ29대책'이 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