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을 촉구하는 여성 종교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불교,기독교 등 주요 종교들이 지켜온 남성우위의 가부장적 가치관과 운영 체제에 여성들이 잇달아 반론을 펴고 있는 것. 개신교계에선 '주기도문'의 새 번역을 놓고 여성들이 가부장적 가치관을 담은 '아버지'라는 표현을 고치자며 독자적인 번역안을 내놓았고 불교계에선 비구니 스님들이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개신교계의 주기도문 재번역안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범교단적 연구를 거쳐 사도신경 재번역안과 함께 채택,이달 중 열리는 각 교단 정기총회에서 도입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성 신학자들은 주기도문의 '아버지'라는 표현이 양성평등의 정신에 어긋난다며 수정을 요구해왔다. 여의치 않을 경우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별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KNCC 여성위원회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 등 3개 단체로 구성된 '주기도문 새번역안 여성연구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여성 신학자들이 새로 번역한 주기도문 내용을 공개했다. 여성 신학자들의 번역안에서 주목되는 것은 '아버지'라는 표현 대신 '하느님''당신'을 쓰자는 것. 예컨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한기총·KNCC의 번역안을 "하늘에 계신 우리 하느님,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게 하소서,당신의 나라가 오게 하시고,당신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로 고치자는 얘기다. 그러나 한기총·KNCC 번역안을 마련한 쪽에서는 "아버지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원문에도 나와 있고 예수님과 하느님이 선택한 호칭"이라며 수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불교계에선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 비구니 의원 10명이 이달 임시중앙종회를 앞두고 비구니의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산중총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종회의원 본각 스님을 대표로 발의한 이 개정안에는 비구니계를 받은 지 10년 이상된 재적승의 산중총회 참여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구계를 받은 지 5년을 경과한 자'로 산중총회 참여 자격을 규정하고 있어 비구니들의 참여가 원천봉쇄돼왔다. 비구니 스님들은 또 비구니계를 받은 스님들에게 선거권을 주고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비구니들의 종회 진출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문화·법제 등 비구니 직능을 구분해 선출토록 하는 중앙종회의원 선거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