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30일 만찬 간담회가 당내 후폭풍을 불러 일으킬 조짐이다. 새로운 정치문화가 전제된다면 2선후퇴나 임기단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때문이다. 이 발언을 계기로 대연정에 대한 당내 반발은 일순간 주춤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대통령의 언급 배경과 향후 정국 전개 방향을 둘러싸고 갖가지 해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내 친노그룹은 노 대통령이 연정의 진정성과 연정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석하면서 적극적인 동조 의사를 밝혔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31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만찬에서 우리는 지역구도 극복과 정치문화의 획기적 개선이라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선거법 개정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은 아주 신중하고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2선후퇴나 임기단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친노직계가 주축이 된 의정연구센터 소속인 이화영(李華泳) 의원도 "새로운 정치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임기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새로운 정치문화가 2년반 안에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정연은 조만간 전체모임을 갖고 노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에 대한 지지를 결의할 방침이다. 의정연은 대연정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숭실대 강원택 교수와 토론회를 추진하는 한편, 의정연 차원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입각을 제의하는 등 노 대통령 구성을 현실화하는 후속대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좌장격인 참여정치실천연구회는 자체적으로 독일식정당명부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작업에 착수하되, 민주노동당과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통령의 발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도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조기에 사임하는 상황까지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민병두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노 대통령이 내년에 중도하차를 걸고 야당에 정치개혁을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야당이 노 대통령이 요구하는 정치개혁 사안에 합의할 경우 노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겠지만, 야당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이다. 민 의원은 야당이 정치개혁 사안에 합의할 경우, 조기에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질 수 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이야기가 아니다"며 "(조기대선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대통령을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는 연구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노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정치개혁은 내각제 개헌론"이라며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고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구구한 해석과 함께 반발 의견 또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재야파의 한 초선의원은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거제도 개선이나 연정으로는 지역주의가 해소될 수 없다"며 "(노 대통령 발언 이후) 핵심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지역주의는 이성과 감성을 자극시켜 서서히 치유해야지 선거제도를 바꾼다고 고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이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것을 보고 절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