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레이건 닮은 고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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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1955년 이후 계속된 일본 자민당 체제는 전후 일본 경제가 급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50년간 자유와 번영이 계속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균형잡힌 대안을 찾아가는 '열린 토론 문화'는 정착되지 못했다.
절대 다수 집권당과 군소 정당으로 이뤄진 일극 정치체제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만연된 파벌정치는 총리의 권위를 제한해 왔고 장수하는 총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기업과 거대 정부의 밀월관계는 과도할 정도로 중요시됐다.
비선출직 직업 공무원들은 책임에 걸맞지 않게 많은 권력을 갖고 있었다.
일본에서 기득권을 타파하는 개혁은 그래서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이후 일본은 달라지고 있다.
일본은 자민당 지배 체제의 틀을 벗어던지고 미국 영국 같은 양당 체제로 가고 있다.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 원기왕성하게 움직이는 양당 시스템은 수많은 변화를 몰고 오게 마련이다.
다음달 11일 중의원 선거에서 그 결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일본이 이처럼 변화하는 데는 고이즈미의 정치 스타일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일관성 있는 주장과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고이즈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
레이건은 1950년대 이후 각종 연설과 칼럼 등에서 세율 인하와 작은 정부,그리고 소비에트 독재정치의 종언을 주장해왔다.
1980년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그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이즈미는 총리가 된 이후 우정 시스템을 민영화하고 자민당의 파벌정치를 분쇄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이즈미와 후쿠다 파벌은 이미 1970년대부터 자민당내 다나카 파벌을 상대로 거의 전쟁을 벌여왔다.
수십년간의 정치 역정을 통해 간직해온 소신을 총리가 된 뒤에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1955년도식 일본 시스템'을 해소하려는 고이즈미의 노력은 그래서 '레이건적(Reaganesque)'이라 할 만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있었다.
미국은 '언덕위의 빛나는 도시'가 될 거라는.고이즈미도 역시 비전을 갖고 있다.
일본이 이제 '정상적인 나라(Normal Nation)'가 될 때라는 비전이다.
'정상적인 나라'란 역사를 인정하고 잘못을 시인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국가를 말한다.
일본 정치에서는 고이즈미 이전에 부족했던 '뭔가'에 대한 갈망이 있다.
예를 들어 총리가 다른 나라 대통령들처럼 국민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직접 검증받는 정치문화다.
최근 우정 개혁 과정에서 고이즈미는 이런 기회를 잡았다.
중의원 해산이란 '도박'을 선택했다.
물론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확실히 이어질 전망이다.
그는 미래 지도자에 대한 일본인들의 기대치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레이건처럼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는 데 30년이 걸렸다.
중대한 메시지는 국민들과 소통되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정리=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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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임스 루시어 주니어 미국 프루덴셜 에쿼티 그룹 수석부사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Japan As a Normal Nation'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