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정이 유치한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총회 연기가 사실상 확정됐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ILO 아태지역 총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밝혔다. 양 노총은 또 지난 24일 `ILO 총회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 노사정 대표간 대화하자'고 한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제의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대 노총은 "노동 배제와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 한국의 노정관계 속에서 ILO총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다"며 "추후 한국 총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정관계 복원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10월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ILO 아태지역 총회는 사실상 연기됐으며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ILO의 공식 확인 절차만 남겨두게 됐다. 또한 애써 유치한 국제 회의를 `집안 싸움' 때문에 제 때 개최하지 못함으로써 국가 신뢰도 추락은 물론 국제적인 망신만 당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국내 노동문제를 빌미로 국제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합리성이 결여된 행동"이라며 노동계를 질타했고 양 노총은 "정부가 부른 노정관계 파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번 총회가 연기되면 11월 ILO 이사회가 향후 일정과 개최지 등을 다시 결정하는데 내년 3∼4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ILO는 10월께 각국 대표급으로 구성된 고위급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 노정관계에 대한 진단에 나설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현재의 노정관계속에서 ILO 총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할 수 없어 연기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양 노총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부 장관과 형식적인 대화 제의에도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진정한 노정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노동부 차원을 떠나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내부 비리 등으로 눈총을 받았던 노동계의 ILO 총회 불참 등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이번 선택은 정부에 대한 타격은 물론 자기 부담으로도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도 원칙만 강조하지 말고 노동계와의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반기 노정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