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이 위수 땅을 지나면 탱자가 된다'는 중국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최근 손보업계에서 쌍용화재의 어제와 오늘을 가르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상용양회가 유동성을 타계하기 위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현재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어둠의 터널을 지났지만, 쌍용화재는 아직까지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PCI인베스텍과 이용호 게이트로 유명한 삼애인더스간의 경영권 분쟁, 그리고 중앙제지와 아이비벤처캐피탈(현 아이비씨앤아이)를 지나 세청화학 컨소시엄으로 이어진 최근 5년간은 암울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의 경영권 분쟁과 하위사의 적대적 M&A설에 시달리다, 이제는 이름도 낯설은 외국계 사모펀드로 5번째 매각작업을 치루게 됐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전 1998년 결산 당시만해도 쌍용화재는 액면가 5천원에 주당 500원이라는 배당금을 줬던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쌍용양회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지난 2001년에는 이름도 낯설은 PCI인베스텍이라는 회사와 당시 보물선으로 한창 이름을 날렸던 이용호씨의 회사인 삼애인더스가 경영권을 놓고 맞붙었습니다. 쌍용양회로부터 지분 11.1%를 인수한 PCI인베스텍과 장내시장에서 17.5%의 지분을 사들인 삼애인더스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삼애인더스는 대한화재와 국제화재(현 그린화재), 해동화재(구 리젠트화재) 등 부실 손보 3사 매각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기도 하며 보험업 진출을 기웃거렸습니다. 2001년 여름 뜨거운 한창때 2개의 회사는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PCI인베스텍은 쌍용화재 지분 인수를 댓가로 치뤄야 할 주식대금을 5차례씩이나 연기하는 등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9월초 인수의욕을 보였던 이용호 G&G 회장이 전격 구속 수감되면서 사태는 이상하게 번져갔습니다. 이후 쌍용양회는 한편 쌍용양회는 이날 쌍용화재 지분 11.1%를 124억원에 넘기기로 중앙제지 컨소시엄과 별도의 양해각서를 교환하며 1차 매각이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중앙제지 컨소시엄의 인수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인수하면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던 것이 바로 한일생명 (현 KB생명)의 부실 정리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2002년 금융감독원과 위원회에 중앙제지 컨소시엄은 쌍용그룹으로부터 한일생명 지분 75%를 인수하고(당시 지분은 주당 1원에 인수), 한일생명에 1백억원을 후순위 대여하는 조건을 내걸어 인수승인을 받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일생명은 부실화의 길로 접어 들었고, 금감위는 한일생명이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후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를 이행하지 않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결국 한일생명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금융당국의 관리인 파견에 이어 2003년 6월 KB(국민은행)으로 매각됐습니다. 당시 중앙제지 컨소시엄은 강석문 아이비벤처캐피탈 사장을 쌍용화재 대표이사 회장으로 내정하며 경영권을 장악했지만, 한일생명 처리 문제로 결별하게 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쌍용화재는 지급여력비율 100% 아래로 내려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는 '적기시정조치'를 금감위로부터 받게 됩니다. 중앙제지가 인수한 지 채 1년도 안 된 2003년 3월 웅진닷컴을 필두로 한 웅진그룹 계열사가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쌍용화재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판도 변화가 예고됐습니다. 당시 협상을 진행하던 웅진그룹은 결국 자산 실사과정을 통해 문제가 발생하자, 곧바로 인수를 포기한다는 발표를 하게 됩니다. 적기시정조치로 추가적인 증자까지 고려했던 웅진그룹은 쌍용화재의 책임준비금 등 자산 상태가 예상보다 부실해 포기했다는 후문입니다. 이후 잠잠하던 쌍용화재는 2004년 새해 벽두부터 터졌던 중앙제지의 주식대금 가장납입 사건의 파고를 견뎌야 했습니다. 중앙제지를 비롯한 4개 회사가 주금 허위 납입으로 검찰에 고발조치를 당했고, 이후 중앙제지는 부도 처리되는 운명을 맞게 됐습니다. 결국 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세청화학과 맨바인트러스트, 대유투자자문 등의 컨소시엄이 들어오면서 중앙제지의 바통을 이어갔지만,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가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쌍용화재 대주주인 세청화학에 대한 담보권자인 하나은행측도 대출금 만기를 10월말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자본 구성부터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이후 자본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서서히 M&A에 대한 이야기들이 피어나게 됐고, 결국 그린화재측이 교환사채와 후순위사채를 매입하면서 올해 또다시 경영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특히 경영권 방어와 더불어 사외이사 선임 등 경영권을 놓고 컨소시엄내에서 자중지란까지 겹치며 임시주총에서 격렬한 몸싸움까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9월 임시 주주총회전까지 회사 정상화를 위해 1대와 2대 주주가 특단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 여름 휴가철을 이용한 쿠테타 발생으로 조성린 대표이사 사장 전격 해임되는 등 일련의 부정적인 사태만 일어났습니다. 지난 23일 쌍용화재는 호누아라는 호눌룰루에 본거지를 둔 사모펀드에 세청화학 지분 180여만주와 대유투자자문 측 지분 100여만주를 매각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매각과 관련된 어떠한 공식 문서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보험권은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인수와 매각 문제에 관한 한 은행이나 여타 금융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이로 인해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던 뉴브리지캐피탈이나 워버그 핀커스, KKR 등과 같은 대형 사모펀드도 인수 자격 조건 미달로 지분인수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이번에 쌍용화재를 사겠다는 '호누아 인베스트 매니지먼트(자산운용)'의 경우 대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소 사모펀드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쌍용화재는 중소형사 가운데서 상당히 우량한 회사였지만,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암흑과 같은 길을 걸어오면서 최근 3년 내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쌍용화재의 문제는 결국 대주주와 경영진만 정신차리면 직원들은 언제든지 열심히 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양재준기자 jjy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