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삶을 확장시키고 풍요롭게 한다. 여행은 새롭고 낯선 충격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을 변모시키는 신기한 풍습 및 새로운 얼굴,마술적 순간과 조우한다. 또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머리보다 가슴으로 사는 법을 배운다.' 일상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여행은 곧 탈출이다. 문득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수천번씩 되뇌이면서도 여름이면 산과 계곡,바닷가를 찾아 길고도 지루한 피서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묻는 건 어리석다. 주5일 근무가 본격화된 올 여름 국내 피서지의 수지 타산을 따져봤더니 한마디로 '외화내빈'이었다고 한다. 말복을 끝으로 문닫은 전국 해수욕장의 경우 평균 내장객이 20∼30%나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나 쓰고 간 돈은 작년보다 줄었다는 것이다. 가족단위로 텐트에 머물면서 식사를 직접 해결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알뜰파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여유있는 사람들은 골프관광이다 뭐다 해서 죄다 해외로 나가고 국내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 지방 관광지의 발전은 요원하다. 게다가 한류바람에 힘입어 늘어나던 외국인 관광객은 한.일관계 경색과 원화 강세,고유가로 인한 항공료 및 체재비 상승 등으로 줄어 관광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관광객을 모으자면 편리하고 친절한 건 기본이요 뭔가 매력이 있어야 한다. 자연 외엔 주목할 만한 것도 체험해볼 만한 것도 없는데다 제주도와 설악산에서 똑같은 기념품을 파는 상태로 돈 쓰는 여행객을 부르겠다는 것은 욕심에 불과하다. 관광한국을 만들자면 얘깃거리가 있는 곳을 찾고 되도록 한 곳에서 쉬려는 추세에 맞춰 자연과 문화를 연계시킨 테마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넘버 원'도 좋지만 다른 곳과 확실히 구분되는 '온리 원(Only One)'관광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강형기 충북대 교수)도 나왔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