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色 번지는 무릉도원이 부른다 .. '중국 장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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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면 일하고/해가 지면 쉬고/우물 파서 마시고/밭을 갈아 먹으니/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중국 삼황오제 시대의 요임금 때 지어졌다는 ‘격양가’의 노랫말은 태평성대의 모습을 함축해 보여준다.할 일이 있고 주리지 않으며 나랏님이 있는지 느낄 수 조차 없으니 보통사람들로서는 그보다 더한 호시절이 없었을 듯 하다.
무릉도원이 그런 무대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무릉도원은 4∼5세기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연명이 '도화원기'에서 묘사한 이상향.진(秦)나라 때 피난을 와 한(漢)∼위(魏)∼진(晉)이 섰는지도 모른 채 바깥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았던 복숭아밭 끝 작은 동굴 너머의 마을 분위기가 딱 그러하다.
이 무릉도원이라고 여겨지는 곳이 후난성 북서부의 창더다.
창더시 타오화위안현에는 19세기 말 청나라 때 도화원기에 근거해 경관을 꾸며 놓은 도화원경승지도 있는데 매년 3,4월이면 말 그대로 복사꽃이 만발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창더 인근의 장자제는 수려하면서 험준한 산세를 자랑하는 곳.'고기잡이를 업으로 삼고 사는 무릉사람이 홀연히 나타난 복숭아밭 끝의 동굴을 본 깊은 산 속'이 연상되는 무릉원관광구가 거기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는 무릉원관광구는 1992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에 오를 정도로 다양한 생태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장자제국가삼림공원,천자산자연보호구,삭계욕자연보호구 등 세 지역을 포괄한다.
그 중의 으뜸은 장자제국가삼림공원이다.
'사람이 태어나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100살이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人生不到張家界 白歲豈能稱老翁)하는 중국사람들의 찬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장자제국가삼림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은 황석채다.
잔뜩 웅크린 사자를 연상시키는 산세의 꼭대기에 얹혀진 전망대다.
한나라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책사 장량의 스승 황석도인이 도를 닦았다는 곳이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해발 1020m 높이에서의 전망이 시원스럽다.
황석채에서 동쪽으로 7km가량의 금편계곡이 파여 있다.
한 번 걸으면 10년 젊어진다고 해서 신선계곡이라고도 불린다.
300m 높이의 금편암 등 하나하나 이야기가 얽혀 있는 바위이며 수직절벽이 걷는 맛을 더해준다.
위안자제풍경구를 건너 뛸 수 없다.
공원 입구에서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320m를 올라 미혼대에 닿는다.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곳이다.
쭉쭉 뻗은 굵은 나무줄기 같은 바위 무리가 시선을 붙잡는다.
천하제일교가 압권이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지점에 있는 천연다리라 할 수 있다.
300m 높이로 마주선 바위의 꼭대기 부분이 다리를 놓은 것처럼 이어져 있다.
바위는 경비행기가 지날 수 있을 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천하제일교 난간에 빼곡이 걸려 있는 자물쇠에 눈길이 간다.
두 바위가 하나로 이어져 있듯이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한 연인들이 남긴 징표란다.
천자산도 5㎞ 길이의 고속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중국 황제들이 쓰던 붓을 거꾸로 꽂아 놓은 듯한 모습의 어필봉,선녀가 꽃을 뿌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선녀헌화,바위봉우리가 파도치는 것 같다는 서해바다 같은 절경이 펼쳐져 시간가는 줄 모른다.
삭계욕자연보호구의 봉우리는 아주 날카로운 편이다.여러 층의 석영사암으로 이루어져 힘이 넘치는 산세를 자랑한다.왕복 5km의 바위계곡인 십리화랑도 합당한 이름을 가졌다.계곡의 풍광이 정말 한폭의 그림같다.계곡을 따라 모노레일이 놓여 있다.
삭계욕에서 2㎞ 정도 떨어진 보봉호에서는 산정 호수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유람선을 타고 가다보면 이지역 원주민인 토가족 처녀 총각이 호숫가에서 불쑥 튀어나와 전통 청혼가도 불러준다.도롱뇽을 닮은 애기고기도 유명하다.
황룡동굴은 이 일대에서 제일 큰 종유동굴이다.
1983년 한 노인이 발견했다고 한다.4개 층으로 되어 있는 동굴은 폭포와 호수,석순,석주 등이 잘 어울려 있다.‘중화 최대의 아름다운 저택’으로도 불린다.보트를 타고 동굴 이곳저곳을 살펴볼 수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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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장자제는 후난성 성도인 창사에서 북서쪽으로 4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1992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무릉원관광구가 있다.무릉원관광구는 중국의 첫 국가삼림공원인 장자제국가삼림공원,천자산자연보호구,삭계욕자연보호구 등 3부분으로 나뉜다.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장자제로 통한다.
대개 상하이나 창사 등지에서 중국 국내선을 타고 장자제까지 간다.베이징,상하이,창사에서 장자제행 직행열차가 출발한다.창사,우한,광둥에서 장거리버스를 탈 수도 있다.
한국 보다 1시간 늦다.통화단위는 위안.요즘 환율은 1위안에 136원 내외.4∼11월이 여행하기에 제일 좋다.
자유여행사(02-3455-0006)는 ‘장자제,원자제,주하이,홍콩,심천,마카오 8일’상품을 선보였다.장자제에서 3박하며 무릉원관광구의 가을풍경을 만끽한다.중국 주하이와 선전에다 홍콩 마카오 관광까지 즐긴다.9월7·14·21·28일,10월5·12일 출발한다.1인당 99만9000원.
참좋은여행(02-2188-4020)은 ‘시안,진시황릉,장자제,원자제 4박5일’여행을 안내한다.대안탑,진시황릉,병마용갱,화청지 등 시안의 관광명소를 둘러본다.장자제로 이동해 천자산,원자제,십리화랑,황룡동굴 등의 비경을 즐기고,보봉호 선상유람도 즐긴다.9월2·3·9·10·24일 출발한다.1인당 79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