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쌍용화재 인수에 돈을 댔었다"는 투자자를 만났다. 그는 몇 년 전 평소 알고 지내던 M&A(기업인수합병) 전문가를 믿고 수십억원을 맡겼다고 했다. 하지만 쌍용화재의 경영권 변동과 감자로 인해 투자금의 대부분을 날렸다며 연신 소주만 들이켰다. 식당업을 하며 알뜰살뜰 모은 돈을 모두 허공에 뿌린 게 여간 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쌍용화재에 대한 애정만은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 다시 '작업'을 하는 듯합니다. 이번에는 외국계 펀드를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피해보는 사람이 없어야 할 텐데요." 그는 '누군가'의 자세한 행동계획까지도 귀띔해 줬다. 그로부터 며칠 후.금융감독원은 쌍용화재에 대해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경영권을 둘러싼 주주간 분쟁이 자칫 회사존립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사 와중에도 주주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부하가 상사의 업무권한을 빼앗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검사는 경영시스템에 집중됐지만 출자자 대출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이사항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검사가 끝나자 쌍용화재 대주주측은 기다렸다는 듯 지난 23일 지분을 호누아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팔기로 가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호누아의 경우 재미교포가 사장으로 있는 하와이 소재 펀드라는 것 밖에 현재 알려진 게 없다. 이 같은 쌍용화재의 공시를 접한 금융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통상적인 M&A와는 너무 다르다'는 게 그들의 지적이다. 실사도 없이 계약을 맺은 것,심지어 지분 인수가격까지 미리 정한 것 등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배주주 승인과정에서 감독당국에 의해 걸러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만큼은 보험산업을 알고 회사를 제대로 경영할 생각이 있는 투자자에게 쌍용화재가 팔려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을 위해서도 그렇고,80만 계약자 및 3000여명에 이르는 임직원과 설계사를 위해서도 그렇다. 이성태 금융부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