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 서비스가 음식 값을 기본적으로 결정하는 거라면 이를 배가시키는 게 인테리어입니다. 소비자들은 음식값 외에도 멋과 분위기를 즐기고 추억을 새길 수 있는 공간에 대해서도 추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지요."


외식전문 업체 ㈜리앤코시스템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손미선씨(27).입사 후 첫 작품인 누들바(noodle bar) '호면당' 명동점의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는 그는 레스토랑 인테리어의 초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청담동 본점은 소비 시장과 주택가가 겹친 곳인 데 반해 명동은 직장인들과 일본 관광객이 많은 젊은 상권이라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밝고,가볍고,시원하게 간다고 생각했죠.청담이 캐주얼하면서도 깔리는 분위기라면 명동은 약간 튄다는 인식을 갖게끔 말이죠."


그는 특히 자연스러움을 가장 강조했다고 한다.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에게 매장 인테리어에 주눅들게 하는 것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게 그의 인테리어 철학.


레스토랑 인테리어는 결국 손님들이 음식을 맛있고 편안하게 먹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부분이라는 것.


명동 인테리어는 소공동의 다른 레스토랑들과의 차별화도 고려했다고 한다.


"롯데 애비뉴엘에 있는 레스토랑 '타니'가 리조트형이라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중국 음식점 '밍'은 추억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호면당은 동·서양이 조화된 퓨전형이라고 할까요. 여기에 공간이 따로 놀지 않는,사람과의 어울림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학시절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그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교 시절 '가사' 수업 시간."집안 꾸미기를 하는 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런 것을 직업으로 가지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재미도 느끼고 돈도 벌고 보람도 얻고…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거잖아요."


대학졸업 후 대기업계열 회사에 갈 기회도 있었지만 별로 알려지지않은 리앤코에 입사한 데 대해 그는 "작은 회사가 오히려 큰 흐름을 잘 파악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며 "남들보다 먼저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직업을 얻은 그도 힘들 때가 있다.


점주와의 시각이 달라 인테리어 방향이 하루아침에 바뀔 때는 안타까움이 너무 커서 며칠간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번은 창문 인테리어를 하는데 저는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점주가 맘에 안 든다고 화를 내면서 자기 고집대로 밀어붙였습니다. 정말 작업을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명동점 개점작업을 같이 해온 지배인 장정용씨는 "창의성도 뛰어나지만 꼼꼼한 일처리가 타고난 장인"이라면서 "상업적인 요구와 예술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감각이 신참같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장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이 명확했다.


"먼저 해외감각을 익히기 위해 길든 짧든 유학을 경험해보고 싶고 ... 아무튼 '돈 잘 버는' 레스토랑을 제일 잘 만드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하하."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