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격적으로 물러난 요하네스 본프레레 축구대표팀 감독의 퇴진 형식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표팀 운영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본프레레 감독이 협회 국제국을 통해 자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이를 회의 안건에 부쳐 수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회택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회가 감독과 직접 접촉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전격 사퇴 발표가 나오기까지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사실상의 경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지난해 4월 퇴진한 전임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의 전례를 살펴봐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당시 축구협회는 몰디브전에서 치욕의 무승부를 기록하고 돌아온 코엘류 감독의 경질 여부를 놓고 4월8일 기술위원회를 개최한 뒤 4월19일 2차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코엘류 감독은 기술위 재소집 하루 전인 4월18일 자진 사임 의사를 밝혔고 19일에는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물러났다. 당시에도 형식은 '자진 사임'이었지만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협회의 퇴진 요구에 코엘류 감독이 견뎌내지 못하고 물러난 방식이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경질론이 불거진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나타난 지난 21일 K리그 올스타전 때 까지만 해도 대표팀 지휘봉에 대한 강한 집착을 나타냈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시간을 더 달라. 비판을 수용하겠다. 기술위와 손발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말로 불만을 토로했었다.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본프레레 감독이 22일 저녁 최종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협회의 직.간적접적인 퇴임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다. 기술위 강신우 부위원장은 본프레레 감독의 사임 배경에 대해 "감독이라고 눈과 귀가 없겠느냐. 주위의 지인도 있지 않겠느냐. 그동안 언론을 통해 나타난 비판을 몰랐겠느냐"고 말했다. 본프레레의 퇴진 과정을 분석해보면 협회는 이미 지난 주말 '경질 결정'을 굳히고 사전 정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이회택 위원장은 20일 올스타전 전야제에 참석해 "소신있는 결정을 내리겠다. 빨리 결정이 나야 서로 편하다"고 말해 이미 한쪽으로 추가 기울었음을 시사했었다. 또 축구협회 수뇌부는 사우디아라비아전 직후 "기술위원회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지만 자체 숙의를 통해 '현 상황에서는 재신임 카드로는 여론의 비판을 돌파하기 힘들다'는 내부 결론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초 4선에 성공한 정몽준 축구협회장도 감독 교체없이 내년 월드컵 본선에 갔다가 실패에 봉착할 경우 쏟아질 여론의 거센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위는 그러나 감독 사임 발표를 하면서 "정 회장에게 미리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